지난달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자 영업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늦게 나온 탓에 적금 하나 가입하는 데 1시간 이상 걸리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연이어 금융사 CEO를 만나 금소법 안착을 위한 업계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소법 정착 이후 금융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새어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불안감은 선진국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금소법은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적용된, 사실상 표준화된 금융시스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들 국가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이 생존하기 힘들다. 미국의 경우 1995년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후 20년 동안 40여 개가 설립됐지만, 이 중 1/3이 퇴출당했다.

기존 은행과 차별화되지 못한 점도 원인이지만 금융상품을 판매하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게 되면 금소법으로 경영에 위협을 받을 만한 막대한 과징금, 소비자 피해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규제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내부통제 기준 마련을 위한 추가 비용, 서비스 기간 확대로 인한 인건비 증가, 향후 손해배상 등에 대비한 충당금 등 금융회사는 적지 않은 비용 증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금융회사는 대출금리, 수수료 등 서비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 등 소비자보호가 강한 나라 은행의 비용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그 결과 대출금리, 수수료 등이 한국보다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일부 은행에선 우대금리 혜택을 축소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억제 측면도 있지만 카드, 보험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장기간 이용하면서 누릴 수 있는 금융 혜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회적 금융 약자에 대한 기피 현상도 증가할 우려가 있다.

금융정책이 소비자 편익 확대 중심에서 소비자 피해 예방, 보호 중심으로 변경되면서 금융사는 상환 능력이 좋지 않거나 입증하기 어려운 차주를 꺼릴 수 있다.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선 위험을 감수할 만큼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데 정부와 여당이 최대금리 인하를 추진하면서 적정한 대출금리를 산정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ELS 등 파생결합증권 시장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주 고객인 60대 이상의 고연령 고객이 위험을 감내할 만한 고객이라고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전문투자자가 아니면 사실상 소비자들에게 고난도 금융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키움증권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사회적 약자의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보호하기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금융 부문에서의 소비자 편익은 줄어들 것이며 나아가 그 비용을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다수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금소법은 국민의 재산 축적에 기여하는 것보다 재산 보호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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