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 달 30일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맨 오른쪽)가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가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품절 상태를 공식화하면서 인공지능(AI) 수요의 실체를 다시 입증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핵심 부품 수요도 본격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20일(현지시각) 발표된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은 매출 570억1000만달러 주당순이익(EPS) 1.30달러로 시장 예상치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51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6% 급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날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콜에서 "블랙웰 판매량은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클라우드 GPU는 이미 품절된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AI 생태계는 더 많은 새 모델 개발사, 더 많은 AI 스타트업, 다양한 산업과 국가로 빠르게 확장 중"이라며 "우리는 AI의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으며 컴퓨팅 수요는 학습과 추론 양쪽에서 계속 가속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GPU 품절로 상징되는 수요 강세가 실적 지표로 확인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을 둘러싼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와의 협력 기반을 확대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성능 메모리 부문에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주는 동반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엔비디아 GPU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HBM과 DDR5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실제 출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HBM은 GPU와 결합돼 작동하는 구조로, 출하량이 늘수록 자연스럽게 메모리 수요도 증가한다. 현재 H100·B100 등 주요 AI GPU에는 4~8개의 HBM이 탑재되며, 차세대 블랙웰 시리즈는 이보다 많은 고용량 메모리를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메모리 업체들은 AI 확산의 핵심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현재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가장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으로 꼽힌다. 현재 엔비디아의 AI GPU 라인업에도 SK하이닉스의 HBM3·HBM3E 제품이 주력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차세대 제품인 HBM4 공급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는 앞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내년도 공급 물량도 주요 고객들과 이미 확정됐다"며 "이번 사이클은 단순한 업황 반등이 아니라 AI 전환 흐름에 기반한 구조적 변화"라고 말했다. 일부 고객사는 2026년 물량까지 선구매를 완료한 상태로, 수요 증가가 수주 현장에 선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도 GPU 수요 확대에 발맞춰 HBM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박순철 삼성전자 부사장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 수요가 공급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며 "HBM4는 이미 개발을 완료해 모든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한 상태이며, 고객 일정에 맞춰 양산 준비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서버용 DDR5와 낸드플래시 기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수요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AI 서버는 GPU와 함께 고용량 DDR5를 병행 사용해 연산 효율을 높이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 GPU 출하 확대는 DDR5 수요 증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특히 최근 AI 학습 데이터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저장장치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이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글로벌 주요 공급사로, HBM뿐 아니라 D램·낸드 전반에서 시장 확장에 따른 수익 확대가 기대된다.

한편 양사는 HBM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M15X 신규 팹 장비 반입을 시작했으며, 용인 클러스터 1단계 라인 역시 일정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평택 P4·P5 라인을 중심으로 후공정 전환 속도를 높이며 생산 역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