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금융지주의 요주의여신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당금 적립과 부실채권(NPL) 매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부실처리 속도가 발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신중론을 펼치면서 이미 대출을 실행한 차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3분기 말 요주의여신은 18조3490억원으로 2019년 1분기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요주의여신은 연체 1개월에서 3개월 사이의 대출로 아직 부실채권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향후 고정이하여신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연체가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도 9조26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4대 금융지주는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고 NPL을 대거 털어내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총 5조6296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는데 2019년 이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4대 지주 은행의 NPL 상각과 매각 규모는 올 들어 3분기까지 4조6461억원으로 2018년 이래 3분기 누적 기준 최대치다.
그럼에도 4대 금융지주 단순평균 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 비율은 123.1%로 1년 새 18.5%p나 급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커버리지비율은 대손충당금 잔액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눈 값으로 부실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충당금을 대폭 적립하고 부실채권을 매각했는데도 새로운 부실 발생 속도가 더 빠르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부실 확대 원인으로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를 꼽는다. 연달은 금융정책으로 주담대 한도가 대폭 축소되면서 연봉 1억원 기준 대출 가능 금액이 3000만원 이상 줄었다. 대출이 필요한 차주들이 신용대출로 쏠리면서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해석이다.
주담대 문이 좁아지자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로 이동했다. 지난 7일 기준 5대 은행의 기준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05조9137억원으로 10월 말 104조7330억원보다 1조1807억원 늘어 불과 1주일 만에 10월 한 달 증가 폭 9251억원을 넘어섰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9%에 육박한다.
부실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자 한국은행도 유동성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섣불리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대출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통화완화 사이클을 유지하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면서도 "금리 인하 폭이나 시기 혹은 방향 전환은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해온 그가 정책 긴축 가능성을 언급하자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3.3%대로 치솟았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중단하거나 인상으로 전환할 경우 이미 연 9% 고금리로 신용대출을 실행한 105조원 규모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주담대는 담보가 있고 장기 상환이 가능하지만 신용대출은 금리가 높고 상환 기간이 짧아 금리 변동에 취약하다.
금융지주별로 향후 건전성과 연체율 관리 전망은 조금씩 다르다. KB금융은 "회복세로 전환하는 국면"이라고 말했고 신한금융은 "카드사 연체 선행지표인 연체 전이율이 2월 0.45%로 고점을 기록했다가 9월에 0.41%까지 하락했다"며 "소비쿠폰 등 지원금들이 많이 나오면 연체율이 낮게 유지됐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하나금융은 "3분기 건전성 지표가 좋아졌지만 추세적으로 전환되었다고 하기에는 아직 신뢰하기 어려운 수준의 데이터"라며 "상각 전 순정되는 연체율은 전분기 대비 소폭은 낮아졌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이 증가의 양이 22년 이전에 증가하는 수준보다는 확연히 레벨이 다르게 높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