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사업지원TF를 정식 조직 '사업지원실'로 승격하며 그룹 지휘 체계 전반의 새판짜기에 들어갔다. 정현호 부회장이 물러나고 박학규 사장을 축으로 한 실무형 전략·재무 라인이 전면에 배치되면서 삼성의 의사결정 구조가 리스크 관리 중심 체계로 재편되는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르면 이달 중 주요 계열사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삼성은 통상 12월 초에 인사를 발표해 왔지만, 최근 2년 연속 인사 시점을 11월 말로 앞당겨온 바 있다. 올해 역시 이번 조직 재편과 연계해 인사 조기화와 폭넓은 세대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삼성 안팎에서 제기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일 기존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신임 사업지원실장에는 박학규 사장이 임명됐으며, 조직은 전략·경영진단·피플(People) 세축으로 재편됐다.

이에 따라 경영진단실장인 최윤호 사장은 사업지원실 전략팀장을, 주창훈 부사장은 경영진단팀장을, 문희동 부사장은 피플팀장을 각각 맡는다.

사업지원실은 미전실 해체 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운영된 사업지원TF를 정식 실로 승격한 조직이다. 미전실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정경유착 창구로 지목되며 2017년 해체됐다.

사업지원TF는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 간 사업 현안과 이슈를 조율하며 시너지를 도출하는 역할을 맡아온 조직으로 사실상 계열사 간 컨트롤타워로 기능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조직 개편은 임시 조직이던 TF 체제를 정식 조직으로 확정하는 조치이자 위기 대응형 참모 체제에서 실무·전문 라인 중심의 위임형 지휘 체계로의 구조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특히 박 사장은 재무·M&A·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총괄해 온 '실무형 재무통'으로 향후 사업지원실은 전략 실행, 투자 검토, 성과 모니터링까지 관여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울러 이번 개편과 함께 이재용 회장의 이사회 복귀 가능성도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2016년 10월 등기임원에 올랐지만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2019년 이후 미등기 상태를 유지해 왔다.

지난 7월 대법원의 무죄 확정으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가운데 주요 사업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면서 책임경영 체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등기 복귀 명분이 충분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번에 정현호 부회장이 전면에서 물러난 것은 이 회장이 공식 경영 전면에 다시 복귀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앞서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책임경영을 위해 이 회장의 이사회 복귀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직 재편을 과거 미전실식 컨트롤타워 복원 흐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시점과 조정 기능을 갖춘 조직 격상이 맞물린다는 점에서다.

다만 삼성 측은 이번 변화가 컨트롤타워 부활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지원실은 3개 팀 체제로 운영되는 조직으로 과거 미전실과 비교해 규모와 권한 모두 제한적"이라며 "그룹을 총괄하는 의사결정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세대교체가 본격화되면 향후 인사·조직뿐 아니라 투자 전략과 사업 추진 방식에서도 스타일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한때 '관리의 삼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지휘 체계의 안정화와 실행력이 다시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단은 사장단 인사에서 이재용 회장이 선보일 '뉴 삼성' 비전의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정현호 부회장이 후진 양성을 명분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만큼 핵심 경영진의 세대교체가 동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재도약 국면에 진입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이 책임경영 강화를 위한 쇄신 드라이브를 본격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재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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