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사업지원TF'를 정식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격상하며 초대 실장에 박학규 사장을 선임했다. 박 실장을 축으로 한 실무형 전략·재무 라인이 전면에 배치되면서 삼성의 의사결정 체계가 리스크 관리 중심의 실무형 구조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충북 청주 출신인 박학규 신임 실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와 KAIST 경영과학 석사를 졸업했다. 1980년대 말 삼성전자에 입사해 경리팀과 해외관리그룹을 거쳤고, 그룹 비서실과 미래전략실(미전실) 경영진단팀장을 맡으며 재무와 기획 양쪽 감각을 키웠다.
이후 삼성SDS 사업운영총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경영지원실장(CFO), DX(디바이스경험)부문 경영지원실장을 거치며 현장과 숫자를 함께 아는 경영지원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박 신임 실장이 새롭게 이끄는 사업지원실은 전략팀, 경영진단팀, 피플팀 등 3개 축으로 구성된 그룹 내 실행 허브다. 전자 계열사 간 시너지와 투자 효율을 극대화하고 각 사업부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등 그룹 내 전략·재무·인사를 잇는 연결 축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미전실 해체 이후 흩어진 그룹 기능이 다시 하나의 회로로 묶이는 과정'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박학규 실장이다. 삼성 측이 "컨트롤타워 부활이 아닌 실행 지원 조직"이라고 선을 그은 만큼, 이번 조직을 이끌 적임자로는 '통제형 관리자'보다 '시스템 조율자'인 박 실장이 낙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학규 실장의 리더십은 정밀함과 연결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전사·DS·DX 등 주요 부문에서 재무 총괄을 맡아온 경험이 리스크를 수치화하고 비교·조정하는 방식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했다는 해석이다. IT·AI 투자 결정 과정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전례가 있어, 데이터와 협업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 의사결정 구조를 지향한다는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양한 부문을 거치며 쌓은 교차 경험은 사업 부문 간 의사결정을 잇는 조율형 리더십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복수의 내부 평가에서는 박 실장을 '거짓 보고가 통하지 않고, 디테일을 중시한다'고 종합된다.
박 실장이 맡은 과제는 계열사 간 벽을 낮추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일이다. 반도체와 세트 부문으로 나뉜 조직 간 의사결정을 연결하고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동시에 대규모 투자와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환경 속에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선제적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자리 이동이 아니라 8년 만에 공식화된 사업지원 조직의 출범으로 삼성의 체계가 다시 정비되는 전환점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많다.
삼성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숫자와 현장을 함께 아는 리더로 볼 수 있다"면서 "디테일한 조율형 관리자로서 박학규 실장의 새 지휘 체계가 계속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