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투자증권.
사진=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IMA(종합투자계좌) 관련 업무를 책무구조도에 정식 반영하면서 IMA 사업 진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실사를 마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IMA 무대에 입성할 경우 업계 선점과 함께 금융권 전반에서 입지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책무구조도로 보여준 한국투자증권 '선제 전략'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4일 운용그룹장을 맡고 있는 양해만 전무에게 'IMA 업무와 관련된 책무'를 부여했다고 공시했다. 양 전무는 △IMA 상품 기획·추진 업무 △IMA 상품의 사후 관리, 모니터링 업무 관리·감독 △IMA 상품 운용 관련 법령·내규 등 준수 여부 관리 등에 관한 책무를 지게 됐다. 

이는 단순히 TF(태스크포스) 차원의 준비를 넘어 IMA 업무를 공식 책무로 못 박은 것이다. IMA 사업 진출에 대한 준비 태세를 제도적으로 굳히면서 신속한 준비 작업을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IMA 인가 경쟁에 뛰어든 회사 중 책무구조도에 이를 명시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처음이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한국투자증권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의 IMA 진출 의지는 확고하다. 내부적으로 IMA 실무 교육을 진행하면서 진출 즉시 영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18일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채용설명회에서 IMA 진출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김성환 사장은 "한투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최근 5년간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성장했다"며 "IMA 사업자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며 진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한국금융지주도 한국투자증권의 IMA 진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달 9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의 재무 체력을 더욱 탄탄히 뒷받침했다. 유상증자로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11조원까지 확대됐다.


IMA, 여·수신 전부 갖춘다…장기 자금 조달 '카드'


IMA는 증권사가 고객 예탁금을 받아 기업 대출이나 회사채 투자 등 기업금융에 활용하고,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구조다.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며 증권사 자기자본의 100% 한도로 운용할 수 있다. IMA에 진출할 시 발행어음과 함께 자기자본의 300%까지 운용 한도가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이 IMA 인가를 획득하면 더욱 탄탄한 수신 기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은행 예금과 달리 예금보험공사의 보호가 적용되지 않고 증권사 신용으로만 원금을 보장하며, 수탁금의 70% 이상을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한다는 제약은 존재한다.

그러나 단기 상품인 발행어음과 달리 만기가 길어 장기 자금 운용이 가능해 안정적인 중장기 자금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이는 수익성과 경영 안정성 모두를 강화할 수 있는 카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발행어음을 통해 압도적인 실적을 보여줬다. 올 상반기 1조5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증권업계 최초로 반기 순이익 1조원을 넘겼다. 발행어음만으로도 이 같은 성과를 낸 만큼 IMA까지 가세하면 성장 잠재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다. 


신용등급 엇갈린 평가…관건은 리스크 관리


다만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무디스는 지난 23일 한국투자증권의 고위험 자산 비중과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국내 증권사 평균 대비 높다고 지적하며 장기등급을 'Baa2'에서 'Baa3'로 내렸다. 반면 S&P는 발행어음 기반 수익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업계는 무디스는 리스크를, S&P는 수익성을 눈여겨 본 것으로 평가한다. 또 지금 당장의 신용등급 강등보다는 IMA 인가 이후를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험 자본 투자로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이 IMA 진출로 업계를 선점하며 다시 한번 모터를 가동할지 주목된다. 업계는 한국투자증권이 수신 기능까지 확대되면 증권업계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서 존재감을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조직 개편이 무산되면서 당국의 인가 업무도 원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한국투자증권에 IMA 인가 관련 실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늦어도 11월 중 인가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측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IMA라는 상품 구조에 가장 적합한 모델은 한국투자증권이 맞다"며 "발행어음 도입 당시에도 시장을 선점한 경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신용등급 강등은 한투의 사업 구조상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며 "결국 IMA 진출 이후 얼마나 안정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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