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9일(현지시각) 삼성전자 중국법인과 SK하이닉스 중국법인의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지위를 철회하는 내용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VEU는 미국 정부가 특정 기업의 해외 공장에 대해 별도 허가 없이도 반도체 제조 장비 등 민감 품목을 수출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부여한 지위다. 해당 지위를 보유한 기업은 개별 수출허가를 받지 않아도 돼, 장비 도입 시 시간과 절차 측면에서 혜택을 누려왔다.

이번 조치는 정식 관보 게재일인 9월2일로부터 120일 후인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 D램 공장·다롄 낸드플래시 공장은 향후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반입하려면 건별로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상무부는 이 같은 조치가 기술 유출 방지와 수출통제의 형평성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상무부는 소수의 외국 기업이 중국에 반도체 제조 장비와 기술을 허가 절차 없이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바이든 시대의 구멍을 메웠다"며 "이제 이들 (외국) 기업은 기술을 수출하기 위해 허가를 얻어야 하므로 경쟁자들과 동일한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결정 이후 외국 소유 반도체 제조 공장은 VEU 지위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미칠 영향과 함께,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이미 한국 내 생산라인보다 1~2세대 뒤처진 공정을 중국 공장에서 운용 중이며, 향후 장비 교체와 업그레이드에 제약이 생길 경우 중장기적으로 품질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개별 허가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장비 공급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아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상무부는 이번 조치로 인해 연간 약 1000건의 추가 수출 허가 신청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2022년 10월, 중국의 반도체 기술 확보를 억제하기 위한 대중 수출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2023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대해 VEU 지위를 부여하면서 제한적으로 유연한 적용을 허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해당 유예 조치는 사실상 종료되는 셈이다.

한편 이번 조치가 시행되는 내년 1월까지는 약 4개월의 유예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한미 간 협의 과정에서 적용 범위나 시행 강도에 대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정부는 "미국 상무부와 VEU 제도 조정 가능성에 관해 긴밀히 소통했으며, 우리 반도체 기업의 원활한 중국 사업장 운영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있어 중요함을 미국 정부에 대해 강조해 왔다"라며 "VEU 지위가 철회되더라도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계속해서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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