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등 자국 내에 공장을 세운 해외 반도체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실행 여부와 별개로, 미국 정부가 직접 외국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논의는 미국 정부가 최근 반도체법에 따라 인텔에 지원한 보조금을 출자 전환해 지분 10%를 확보하려는 계획과 맞물려 등장했다. 같은 법에 따라 보조금을 수령한 삼성전자나 대만 TSMC도 유사한 방식으로 지분 확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지역에 51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로부터 약 6조50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5조원을 들여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짓고, 63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수령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방식이 인텔 외 해외 기업에 적용될 경우,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미 정부가 삼성전자 지분 약 1.6%를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는 현실적인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해외 민간 기업의 지분을 직접 인수한 사례가 없으며, 공식적인 입장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인텔은 미국 기업이자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공적 지원 명분이 존재하지만, 삼성전자나 TSMC는 규모 면에서 훨씬 큰 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명분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업계는 이번 논의가 단순한 지분 확보를 넘어, 미 정부의 반도체 패권 전략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중국과의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품목에 대한 100% 관세 부과 방침을 언급하며, 미국 내 공장 설립 시 해당 관세를 면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발언은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압박 카드로 해석된다.
이번 지분 확보 구상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흘러나온 점도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삼성전자와 TSMC 등 제조 경쟁력이 높은 기업을 자국 공급망에 편입시키려는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이는 국가 경제 안보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
한편 미 정부의 반도체 산업 개입은 점차 통제에 가까운 양상을 보이며,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의 팻 겔싱어 CEO를 면담하기에 앞서, 그가 중국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사임을 요구했다가 이를 철회한 바 있다. 또 지난 6월에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과정에서 미 정부가 '황금주'를 확보해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