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진입했다. 그러나 실적을 끌어올린 주된 요인이 일회성 수익과 비용 절감이라는 점에서 이를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영섭 대표 연임을 앞두고 이런 실적 분석은 주요 판단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의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매출은 7조42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148억원으로 105.4% 급증했다. 별도 기준 매출은 4조7728억원, 영업이익은 4687억원으로 각각 4.9%, 30.6% 늘었다. KT는 "통신 본업의 경쟁력과 AI·IT 신사업의 성장, 그룹 포트폴리오의 고른 성과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실적을 둘러싼 해석은 엇갈린다.
이번 분기 영업이익에는 서울 강북본부 부지를 아파트 등으로 개발해 민간에 분양하면서 발생한 약 4000억원 규모의 일회성 이익이 반영됐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약 40%에 달하는 수준이다. 결국 본업이나 신사업 성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조정 효과도 실적 개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KT는 2024년 말 약 4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자회사 전환 등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KT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인건비는 1조11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938억원 감소했다. 작년 2분기에 반영된 임단협 비용이 제외된 것도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반면 기존 사업 부문의 성장세는 여전히 둔화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선 사업은 5G 가입자 증가에도 서비스 매출 증가율이 1.6%에 그쳤다. 유선 부문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1000만명 돌파에도 불구하고 매출 증가율은 1.4%에 불과했다. 미디어 부문 역시 IPTV 가입자 순증과 프리미엄 요금제 확산에도 매출 성장률은 0.8%에 머물렀다.
특히 이번 분기 무선 가입자 기반 확대는 통신 경쟁사인 SK텔레콤의 정보유출 사태에 따른 가입자 이탈 반사이익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조적 성장보다는 외부 변수에 따른 실적 개선이라는 점에서 이를 본업 경쟁력 강화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김영섭 대표 체제의 핵심 전략인 'AICT 전략'을 뒷받침할 AI·IT 신사업 부문도 성장은 이어졌지만 실적 기여도는 제한적이라는 평가에 가깝다. 올 2분기 기업서비스 매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했고, AI·IT 사업은 13.8%,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중심의 KT클라우드는 23.0% 성장했다. 하지만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고, 대규모 수익화는 실현되지 않은 상황이다.
KT는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믿:음 2.0'을 선보이고 마이크로소프트·팔란티어 등과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기술 경쟁력은 여전히 의문을 남기고 있다.
실제로 K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차세대 AI 주도권 확보를 위해 추진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 참여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SK텔레콤과 LG AI연구원은 각각 주요 주체로 참여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확보한 상황이다. KT의 탈락은 자사가 강조해온 'AI 리더십'이 아직 시장은 물론 정부의 평가에서도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아울러 KT의 설비투자(CAPEX)는 별도 기준으로 2023년 2조4120억원에서 2024년 2조3000억원, 올해 상반기에는 8460억원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설비투자 축소가 KT의 중장기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결국 이번 '1조 영업이익'은 외형과 달리 이면에 △일회성 이익 △본업 저성장 △신사업 실질 기여도 미비 △투자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김영섭 대표가 강조해온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또 이번 실적이 연임을 뒷받침할 만큼 지속가능한 기반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부동산 분양 이익은 단순한 일회성 수익이 아닌 부동산 전문 그룹사인 KT에스테이트를 통한 전략적 사업 성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설비투자는 연결 기준 상반기 누적 1조3643억원으로 경쟁사 대비 약 2배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영섭 대표는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8월 말 선임됐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 연임 여부가 이르면 연말께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라는 점에서 연임 도전이 만만찮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