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페이가 카카오페이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며 자금 조달에 나선 가운데 해당 거래가 실질적으로는 '지분 정리'의 새로운 방식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동시에 거래에 참여한 골드만삭스가 이익을 챙기는 구조도 주목된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롱숏 전략을 활용한 정교한 양방향 헷지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팔지 않고 파는 법' 알리페이, 3개월 만기 EB 발행…사실상 지분 매각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전날 종가 6만5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6일까지 6만원선을 유지했으나 17일 주가가 5만7300원까지 떨어졌다. 종가 기준 전일 대비 14% 이상 급락했다.
2대 주주 알리페이의 교환사채 발행과 과도한 주가 상승 우려 등이 급락 요인으로 꼽힌다. 알리페이는 17일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페이 보통주 536만7423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B를 발행해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에 넘겼다. 이 EB는 다음달 18일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으며 11월 27일 만기에는 주식으로 의무 전환된다.
동시에 알리페이는 동일한 규모의 카카오페이 주식을 삼성증권에 대여했고, 삼성증권은 이를 다시 골드만삭스에 전량 재대여하는 방식으로 주식 대차 구조를 완성했다. 공시에 따르면 16일 골드만삭스는 삼성증권으로부터 431만6551주를 미리 인출했고 105만872주의 물량이 남아있다.
표면적으로는 EB와 대차 계약이 각각 진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업계는 이를 사실상 지분을 직접 매도하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한 '우회 매각'이라고 간주한다. EB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향후 주가 변동성이 발생하더라도 EB 투자자가 주식으로 교환할 권리를 보유해 지분 희석 위험을 방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자사주 10% 초과분을 일정 기간 내에 반드시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향후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을 피하기 위한 우회 수단으로 유사한 구조를 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 '양방향 헷지'로 수익 조준
가장 눈에 띄는 전략은 골드만삭스가 구사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4일 카카오페이 지분 6.41%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EB로 보유한 인도청구권이 536만7423주, 장내 매수와 대차 계약으로 확보한 실제 주식이 327만9421주로 나타났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16일 카카오페이 주식 431만6551주를 대차 계약으로 확보하고 17일 EB 전량을 인수했다. 같은 날 카카오페이에서는 약 2800억원 규모의 대량 공매도가 이뤄졌다. 이날 종가 5만7700원 기준 삼성증권으로부터 대여한 주식 규모는 약 2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이뤄진 공매도 규모와 유사한 수준이다. 주식 투자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 공매도의 주체를 골드만삭스로 보고 있다. 대량 공매도 여파로 카카오페이는 다음날 공매도가 금지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이후 22일까지 약 214만주를 지속적으로 장내 매도하면서 공매도 수익을 일부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교환사채와 대차 계약 등이 결합된 거래라 직접 매수와는 성격이 일부 다른데, 골드만삭스가 카카오페이 주식을 직접 매수했다고 받아들여지면서 주가가 급등한 부분이 있다"며 "공매도로 해당 부분 수익을 실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골드만삭스의 행보는 기민한 양방향 헷지 전략으로 분석된다. EB와 주식 대차를 동시에 활용한 아비트라지(차익거래) 전략인 셈이다. EB를 인수해 롱 포지션을 갖추고, 동일 종목을 공매도해 숏 포지션을 확보하면서 주가 변동 리스크를 헷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카카오페이 주가가 상승하면 보유하고 있는 EB에서 전환 매도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공매분에서는 손실이 발생한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공매도로 차익을 실현할 수 있지만 실제 보유분에서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생긴다. 결국 단기적인 방향성 베팅보다는 변동성 구간에서 롱과 숏을 동시에 운용하며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성을 최대한 줄이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시차 수익도 함께 추구할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골드만삭스의 거래 형태는 전형적인 헷징이지만 지분 보유 소식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추가적인 이익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헷징으로 향후 수익 실현에도 큰 변수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이어 "알리페이가 새로운 방식으로 지분을 처리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후 유사한 구조의 EB 발행이 늘어나면 이 또한 규제의 영역으로 간주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