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테슬라로부터 약 23조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계약을 따내며, 장기간 적자에 시달려온 파운드리 사업이 반등의 기회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총 22조7648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24년 6월24일부터 2033년 12월31일까지로, 8년을 넘는 장기 계약이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자 전체 연 매출의 약 7.6%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반도체 부문 내 단일 고객 기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계약 상대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직접 삼성의 텍사스 테일러 공장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한다고 밝히며 사실상 확정됐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 기능 강화를 위해 AI4·AI5·AI6 등 자율주행 칩을 개발하고 있으며, AI4는 삼성 평택공장에서 양산 중이다. 설계를 마친 AI5는 대만 TSMC에서 초기 생산을 진행한 후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본격 양산할 예정이며, TSMC는 이 칩에 3나노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최신 칩인 AI6는 2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내년부터 삼성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될 전망이다. AI4에 이어 AI6까지 삼성이 맡게 되면서 수율과 성능 측면에서 신뢰를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삼성이 테슬라의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돕기로 동의했다"며 양사의 협력이 긴밀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생산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내가 직접 공장을 둘러볼 예정이며, 그 공장은 내 집과 멀지 않다"라고 말해 테슬라 측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수주는 단순한 대형 계약을 넘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4년 2분기 잠정 실적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이 중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1조원 미만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가운데 파운드리 사업의 적자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67.6%로 압도적 1위를 지킨 반면, 삼성전자는 7.7%에 그쳤다. 중국 SMIC도 6%로 삼성을 바짝 추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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