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사측과의 임금 협상 지연에 반발해 오는 22일부터 사흘간 하루 7시간씩 부분파업에 나선다. 기본급 인상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노조는 쟁의 수위를 점차 끌어올리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17일 열린 '4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에서 오는 22일·23일·25일 사흘간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야간 및 특수신분 조합원은 파업 대상에서 제외되며, 파업 참가자는 오전 9시30분까지 울산 본사 민주광장 앞에 집결할 예정이다.
노조는 앞서 지난 11일 첫 3시간 파업을 단행한 데 이어 14일 중앙쟁대위를 통해 16일 4시간, 17일 7시간 파업 지침도 내린 바 있다.
핵심 쟁점은 기본급 인상 폭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근속수당 인상 △정년 만 65세 연장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사측은 △월 기본급 12만7000원 인상(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 △격려금 500만원 △생산공정 안정화 특별성과금 30% 지급 등을 포함한 제시안을 내놓은 상태다.
사측은 지난 9일 열린 11차 교섭에서 위 내용을 담은 제시안을 공식 문서로 전달하며 입장을 밝혔다. 회사 측은 "중국과의 수주 경쟁 심화, 원가 부담, 경영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과도한 기본급 인상은 부담"이라며, 성과 중심의 변동급 확대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번 제시안에는 노사 공동 협의체를 통한 산업전환 대응, 신규 인력 채용, 협력사 근로자 처우 개선, 복지 확대(경사비 20억원 출연), 우수 조합원 해외연수 등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노조는 지속가능한 처우 개선은 기본급 인상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선업 호황기에 걸맞은 보상은 변동급이 아니라 기본급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사측이 책임 있는 자세로 교섭에 나서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투쟁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17일 대표자 교섭에서도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오늘 오후 2시로 예정된 본교섭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HD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지회 등도 실무선에서만 교섭이 이어지고 있어 그룹 전반으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 측은 향후 교섭 경과에 따라 쟁의행위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도 총 24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벌인 바 있다.
한편 조선업계는 HD현대중공업 노조의 본격적인 파업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과거 저가 수주 물량을 대부분 정리하고, 현재는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집중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돼 생산성이 저하될 경우 이미 수주한 고부가 선박을 적기에 납품하지 못할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실적 반영 지연과 고객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업계 전반에 경영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