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7 가계대출 관리 대책' 등의 영향으로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택 매매 계약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수요가 지난달 말 집중된 데다, 승인된 대출 실행이 통상 1~2개월 지연되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증가세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5조7260억원으로 집계됐다. 6월 말(754조8348억원)보다 8912억원 증가한 수치다.
하루 평균 약 891억원이 늘어난 셈인데, 이는 6월 하루 평균 증가액(2251억원)의 40% 수준이다. 이 같은 흐름이 유지되면 이달 말까지 약 2조7600억원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월 전체 증가액(6조7536억원)과 비교해도 40%에 그친다.
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600조823억원으로 6월 말보다 1조3773억원 증가했다. 하루 1377억원꼴로 증가한 것으로, 전체 가계대출보다 감소 폭이 작았다. 반면 신용대출은 3887억원 줄어 지난달 1조876억원 증가와는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6억원 한도 등 새 규제의 영향 외에도 6·27 대책 이후 전산 시스템 개선 작업으로 일시적인 대출 중단이 발생한 것도 주요 원인"이라며 "주담대 실행이 주로 월말에 몰리는 특성상 당장 수치만으로 추세를 판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집행의 선행지표인 은행별 대출 승인 추이에는 아직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일부 은행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A 은행의 주담대 승인 건수는 3723건, 금액은 1조355억원으로 하루 평균 372건, 135억5000만원이 승인됐다. 6월 평균(일 293건·746억6000만원)보다 오히려 늘었다.
B 은행의 주담대 하루 승인액은 1466억원으로 전월(133억원)보다 많았고, C 은행의 경우 승인 건수와 금액이 각각 11%, 16% 감소한 수준에 그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6·27 대책 시행 직전인 6월 말과 7월 초에 대출 신청이 몰리면서, 이후 순차적으로 승인 건이 집행돼 있다"라며 "승인 후 12개월 시차를 두고 대출이 실행돼야 하기 때문에 가계대출 증가세는 8·9월까지 지속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국정기획위원회 보고에서 "주택시장 과열로 인해 가계대출이 8~9월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실제로 주요 은행의 대출 시스템이 재정비를 마치고 이달 중순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가면서, 중단됐던 신규 대출 신청도 재개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은 지난 11일부터 6월 28일 이후 계약 건에 대한 주택구입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신청을 대면·비대면 채널 모두에서 다시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