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금융당국 조직 개편과 관련해 “거시건전성 정책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해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누적됐다”며, “통화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계된 거시건전성 집행 체계를 마련하고 한국은행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배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6·27 가계대출 대책에 대해 “과감하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 대출 수요가 계속 발생할 수 있어 기대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가계부채는 이미 소비와 성장을 제약하는 임계수준에 도달했으며, 금리 인하가 자칫 주택시장 과열 요인이 되지 않도록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기준금리 향방에 대해선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3개월 내 금리를 2.5%보다 낮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고, 2명은 현 수준 유지가 적절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부동산 대출 규제 효과, 미국 관세 정책 등을 지켜보며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과 관련해 이 총재는 “1·2차 추경을 포함하면 기존 0.8% 전망에서 0.9%까지는 가능하지만, 건설 부진과 대외 관세 불확실성 등 하방 요인도 크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비은행 발행 시 지급결제 질서와 통화정책 혼선, 외환자유화 정책과의 충돌 우려 등을 이유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창용 총재와 일문일답.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 조직 개편 논의 중. 한은의 거시건전성 수단 확충 필요성에 대한 의견은?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 가계부채가 20년 넘게 줄지 않았고 PF 문제가 터진 배경을 보면 거시건전성 정책이 실제로 강하게 집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이 유기적으로 가야 하는데 그런 메커니즘이 없었다.

거시건전성을 강화하더라도 통화정책이 저금리 상태면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코로나19 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확인됐다.

정책이 실제로 강력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툴이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만으로는 안된다. 정부는 경기에 관심을 두다 보니 막상 경기가 나빠지면 거시건전성 정책의 강도가 낮아진다. 거시건전성 정책과 금리 정책이 소통해야 한다.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한은이 거시건전성을 논의하고 한은이 목소리 높여서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력히 집행해야 한다. 한은이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지배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비은행 관련 공동 검사·조사 부분에서도 한은의 권한이 커져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권한 확대 주장한다고 하지만 나라 경제를 위해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6·27 가계대출 관리 대책 평가는? 이후 집값과 가계부채 흐름은?
△우리나라 부동산은 특이한 문제로 저출산, 수도권 집중, 입시경쟁 등 다른 사회문제들과 관련이 있다. 이에 따라 생기는 가계부채 수준은 국내총생산(GDP)의 90% 수준이다. 더 커지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미 소비와 성장을 많이 제약하는 임계수준에 와있다.

따라서 경기 진작을 희생하더라도 종합적으로 수도권 주택가격이 상승하지 않도록 기대심리를 안정시키고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게 정책의 우선순위에 있다고 계속 얘기해왔다. 정부의 과감한 정책을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한다.

예상보다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 정책이라 최근 (주택) 거래량은 떨어졌다. 가계부채의 경우 두 달 정도는 과거에 주택거래가 늘어난 부분이 있어 더 늘어날 것 같다. 하지만 거래량 떨어진 것이 유지된다면 그 이후로는 가계부채도 내려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변동할 것이냐는 공급 요인뿐 아니라 여러 요인이 있어 얘기하기 어렵다.

한은 입장에선 금리 인하 폭이 과도해서 이것 자체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는 작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예전부터 금통위원들의 의견이었다.

-3개월 내 기준금리에 대한 금통위원들 의견은?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3개월 내 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 열어 놔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나머지 2명은 3개월 후에도 2.5% 금리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4명은 부동산 대출 관리 정책의 효과, 미국 관세 협상 진전, 데이터 등을 보면서 금리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2명은 금융안정에 확신을 얻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고 미국과 금리 격차가 2%p 이상으로 확대되는데 주의해야 하는 만큼 3개월 시계에선 현 수준을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선행지표 통해 두 달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 가능한가?
△가계부채 규모는 이미 계약된 것을 바탕으로 시차 두고 흐름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 가격 자체가 중요한데, 가격이 계속 오르면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출 수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서울 지역에서 더 번지면 젊은 층의 절망감부터 시작해서 사회적으로 큰 피해가 예상된다.

제가 생각하는 나쁜 시나리오는 관세는 관세대로 크게 올라가고, 부동산 가격은 안 잡히면서 금융안정과 성장의 상충 관계가 더 심해지는 경우다. 그러면 어디에 무게를 두고 금리를 결정할지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많이 나뉠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선 최종 금리가 어느 수준일지 불확실성이 크다. 데이터 보면서 결정해 나가겠다.

-관세 불확실성 제외하고 추경 효과와 현재 경제 상황만으로 볼 때 올해 1% 성장 가능한가?
△1차 추경이 GDP 성장률을 0.1%p, 2차 추경도 0.1%p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월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0.8%에 1차 추경 효과는 포함됐으니 2차 추경까지 더하면 0.9%다. 최근 자료를 보면 5월에 생각보다 소비는 큰 폭은 아니지만 좋아지는 것 같고 수출도 반도체가 좋게 나왔다.

하지만 건설의 경우 3분기 바닥칠 것으로 예상했는데 나쁜 정도가 생각보다 더 심하다.

제일 어려운 것은 미국 관세 결정이 8월 1일까지 연기됐는데, 8월 2일부터 10%일지, 25%로 올라갈지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관세도 중요하지만 간접적으로 외부 생산된 제품의 수출도 많아서 생산기지가 있는 베트남,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의 관세가 어떻게 되느냐도 중요하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이 경기 회복과 성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미시 자료로 분석하면 한계소비성향이 저소득층에선 0.5, 고소득층에선 0.1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나오는데, 차등·전국 지급 효과를 분석한 결과가 바로 성장률을 0.1%p 올린다는 것이다. 효과가 실제로 어떻게 나올지는 올해 12월까지 쓰니까 내년 초반에나 분석할 수 있다.

-6월 물가 설명회 당시 한은이 원화스테이블 코인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스테이블코인 관련해서 오해가 많은 것 같다. 한강 프로젝트도 '예금토큰'으로 불러서 그렇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안전하게 도입할 것이냐를 실험하는 프로젝트였다.

미래 화폐는 디지털화돼 프로그램을 집어넣을 수 있어야 하는데, 한은처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나 예금토큰이나 적극적으로 준비한 기관이 없다. 대통령도 말했듯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당연히 필요하다.

이슈는 도입하는 방법인데, 비은행 금융기관에 허용해주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선 다수의 민간 화폐가 나오면 각각 화폐 가치가 다를 수 있다. 자본금 10억원뿐인 회사가 발행하는 것과 은행이 발행하는 것과 화폐가치가 같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경우 통화정책을 펴기 어렵고 혼선을 겪는 부작용이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생기면 외환 자유화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생기면서 이미 이 문제는 현실이 되고 있다.

세 번째는 비는행 금융기관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도록 한다는 건 지급결제 업무를 비은행에도 허용한다는 것인데, 이 경우 은행 산업의 수익 구조 등이 바뀐다. 비은행 금융기관에 지급 결제 기능도 떼어주고 예금도 가져가게 하는 것이다. 그럼 비은행도 은행과 같은 업무를 하는 만큼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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