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스저널리즘 DB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스저널리즘 DB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 시장이 외형적으로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 집행 규모는 크게 위축되는 양상이다. 특히 대형 운용사로의 자금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소형 업체 간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자 금융당국이 업계 전반에 관리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총 1137개로 전년 말보다 11개 늘어났다. 출자 약정 총액은 153조6000억원으로 17조2000억원 증가했고 실제 납입된 자금도 117조5000억원으로 18조6000억원 늘어났다.

반면 이런 외형 확대와는 대조적으로 새로운 투자 집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해 사모펀드들이 431개 기업에 투입한 신규 투자액은 24조1000억원에 그쳐 전년보다 8조4000억원이나 감소했다. 개별 투자 건당 평균 금액도 559억원으로 175억원 줄어드는 등 2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투자 부문별로는 제조업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체 신규 투자액의 52.7%에 해당하는 11조4000억원이 제조업에 집중됐다. 하수·폐기물 처리·재생업(13.7%), 정보통신업(10.4%)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하수·폐기물 처리 분야에는 3조3천억원이 투입되며 전년 대비 450%나 급증하는 현상을 보였다.

금감원은 경기 둔화와 M&A 시장 침체가 투자 위축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이런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대형 운용사로의 자금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약정액 1조원 이상인 대형 운용사는 40곳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관리하는 펀드 규모는 전체의 66.2%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21년 57.6%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한 수치다.

이와 반대로 중소형 운용사들의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중형(1000억원~1조원) 운용사는 155곳, 소형(1000억원 미만) 운용사는 242곳으로 수적으로는 많지만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펀드 신설 패턴에서도 이런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새로 설립된 173개 펀드 중 3000억원 이상 대형 펀드는 9개에 그친 반면, 1000억원 미만 소형 펀드는 120개나 됐다. 출자 규모 면에서는 대형 펀드가 8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2000억원 감소한 반면, 중소형 펀드는 각각 1조5000억원, 2000억원씩 늘어났다.

투자 회수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18조5000억원의 자금이 회수됐으며 163개 펀드가 해산했다. 평균 존속 기간은 5.1년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업계 전반의 내부 통제 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 3월 사모펀드 운용사들로부터 내부 통제 관련 자료를 제출받은 상태다.

금감원은 "GP 내부통제 실태 파악 등을 통해 기관전용 사모펀드 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관리·감독 강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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