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새마을금고중앙회.
사진=새마을금고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정관이 개별 금고에 미치는 구속력이 약화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지역 새마을금고가 중앙회의 정관을 반드시 따를 의무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이어지면서 중앙회 관리감독 체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10일 제주새마을금고가 제주시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제주새마을금고는 지역사회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정관 변경을 신청했지만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정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부적정 처리했다. 제주시는 이를 근거로 변경을 불허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역 금고의 자율성과 자치권을 존중해야 하며 중앙회의 내부 규정을 무조건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다"고 판결하면서 제주새마을금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취지는 지난 2월 부산지방법원의 판결에서도 확인됐다.

해운대새마을금고가 제기한 유사한 사건에서 법원은 마찬가지로 해운대구청장은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정한 정관을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두 사건 모두 중앙회 정관보다 지역 금고의 자치권이 우선될 수 있음을 명확히 시사했다. 중앙회 중심의 관리 체계에 제동을 건 셈이다.

법원의 이 같은 해석이 잇따르면서 새마을금고중앙회의 통제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관은 중앙회가 개별 금고의 운영을 점검하고 기준을 정하는 핵심 도구로 통한다. 그러나 법원이 잇달아 지역 금고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중앙회의 정관이 가진 권위가 힘을 잃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새마을금고는 지난 2023년 뱅크런 사태 이후로 금고 내부통제와 관리·감독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회는 정관을 통해 전국 1300여곳의 지역 금고에 통일된 기준과 리스크 관리를 도모해왔다.

중앙회 정관의 구속력이 느슨해질 경우 중앙회의 개별 금고 관리·감독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개별 금고의 지역 관련 사업뿐만 아니라 자금운용과 내부통제, 감사, 인사 등 금고 운영 전반에 걸쳐 금고 간 운영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금융업권의 특성 상 지역 조합들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통일된 정관으로 조합을 통제하는 것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유관부처인 행안부와 협의해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하거나, 중앙회 정관을 바꾸는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중앙회 정관례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도 당분간 관련 소송 진행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지역 금고들이 중앙회 정관을 따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부산 해운대새마을금고 건은 현재 상고 진행 중이고 제주새마을금고 건은 논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에 따라 정관 등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아직까지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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