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알사탕' 기자간담회에 백희나 작가(왼쪽)와 와시오 타카시 프로듀서가 참석해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알사탕' 기자간담회에 백희나 작가(왼쪽)와 와시오 타카시 프로듀서가 참석해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동동이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저도 알사탕을 먹은 동동이가 된 것처럼 감동했어요."

백희나 작가는 애니메이션 영화 '알사탕'을 처음 본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백 작가는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알사탕' 기자간담회 참석해 "그림책에서는 인물의 표정과 동작을 떠올리며 작업했기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움직임이 놀랍지는 않았다"며 "다만 목소리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처음 동동이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굉장히 감동했다"고 전했다.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알사탕'은 동명의 그림책 '알사탕'과 '나는 개다'를 원작으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은 백 작가의 두 작품을 일본 토에이 애니메이션이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 연출은 '드래곤볼'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제작한 니시오 다이스케 감독이 맡았으며, 와시오 타카시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알사탕' 기자간담회에 와시오 타카시 프로듀서가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알사탕' 기자간담회에 와시오 타카시 프로듀서가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와시오 타카시는 "처음 그림책을 봤을 때는 한 권으로 만들기엔 조금 짧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나는 개다'를 읽고 나서 굉장히 훌륭한 작품이라 느꼈고, 동동이 입장에서 표현하면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소통에 서툰 아이 '동동이'가 신비로운 알사탕을 먹고 진심 어린 목소리들을 듣게 되면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동동이라는 캐릭터는 백 작가의 아들을 모델로 삼아 탄생했다.

백 작가는 "저한테 영감을 줬던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작품의 모델이었는데 지금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됐다"며 "동동이가 영화 속에서 아직 그대로인 모습을 보니 고맙고 반가웠다"며 소감을 전했다.

백 작가는 이번 영화의 각본이나 연출에는 직접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제작 과정에서 피드백을 건네며 감수자로 참여했다.

와시오 타카시는 "시나리오와 캐릭터는 백 작가에게 먼저 보여드렸고, 중간중간 제작 단계에서 감수를 받았다"며 "그 결과 원작에 굉장히 가까운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영화 '알사탕'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알사탕'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한국의 정서를 세밀하게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화 속 배경을 서울의 한 동네를 바탕으로 구성돼 까치, 언덕, 골목 등 한국적 요소들을 반영했다. 거리 간판과 생활 공간에서도 한글을 그대로 사용했다.

와시오 타카시는 "어린아이의 이야기를 무의식중에 일본 아이처럼 만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한국 아이를 어떻게 표현할지 충분히 의논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서 까치를 많이 봤다는 이야기를 감독님께 했더니 까치가 한국의 새라는 걸 알아보시고 작품에 반영하셨다"며 "만약 이런 대화가 없었다면 까치가 아니라 까마귀가 나왔을 수도 있었다"고 세심한 고증 과정을 밝혔다.

와시오 타카시가 애착을 보였던 장면은 영화 속 등장하는 할머니 에피소드였다. 그는 "처음에는 가족사진이 그늘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가, 동동이가 할머니 목소리를 들은 다음에는 사진이 제대로 보이게 된다"며 "그 속에서 동동이의 감정과 동동이를 돌봐 온 할머니의 애정이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알사탕' 기자간담회에 백희나 작가가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알사탕' 기자간담회에 백희나 작가가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이처럼 그림책에서는 짧게 스쳐 지나갔던 장면들이 영화에서는 정서적으로 확장된다. 백 작가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구슬이와 동동이의 대화 장면 역시 영화에서 새롭게 해석됐다.

백 작가는 "그림책에서는 단순히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으로 표현되지만, 영화에서는 구슬이가 동동이의 보호자 같은 태도를 보인다"며 "처음엔 구슬이가 베란다에 살도록 설정돼 걱정했는데, 베란다는 구슬이에게 체벌의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은 꼭 베란다 방향으로 걸어가야 한다고 고집하셨다"며 "완성된 영화에서 베란다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구슬이의 뒷모습을 보니 그래야만 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장면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영화 '알사탕'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알사탕'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알사탕'은 2024 뉴욕 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동시에 받았으며, 제64회 즐린 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삿포로 국제단편영화제 등 7개 영화제에서 8관왕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도 오르는 등 총 30개 영화제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백 작가는 "매번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수상이나 결과보다는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울 만큼 만들어냈다는 개인적인 소감이 더 중요하다"며 "이후 생기는 결과에 기쁘지만, 의미를 많이 두지 않는다"고 전했다.

누군가의 마음을 듣고, 자신의 진심을 전하며 조금씩 벽을 허물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알사탕'은 오는 28일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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