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속적인 경영 환경의 변화와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변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비상 경영 체제 돌입을 공식 발표하고,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임원 급여 20% 삭감, 해외 출장 최소화 등의 긴축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포항 2공장 가동 및 기술직 희망퇴직·전환배치 등의 구조조정도 추진하고 있으며,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 신청도 진행 중이다.
서 사장은 최근 비상 경영 임직원 담화문을 통해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국내외 수요 침체, 건설업계 부진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회사는 생존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한다는 마음으로 경영 개선에 동참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회사의 장기적인 생존과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인력 구조 조정과 일부 사업 부문 축소가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서 사장은 이를 통해 철강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현대제철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서 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꼽힌다. 현대차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기 직전 현대제철 CFO로 발령받아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앞서 서 사장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현대제철 CFO를 맡을 당시 사업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바 있다.
2019년 11월 창사 이래 첫 사무직 직원 대상 명예퇴직을 실시했으며, 재무개선을 위한 자산 매각과 비핵심 사업부문을 개편을 강도 높게 실시했다.
이후 현대제철은 낮은 수익성을 기록하던 당진공장 전기로 열연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적자를 이어갔던 순천공장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폐쇄 조치했다. 공급과잉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단조사업 부문도 분리해 자회사인 현대IFC를 설립했다.
당시 사업구조 재편을 기반으로 이듬해인 2021년 2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철강 업황이 호황인 상황에서 구조조정으로 그 효과는 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 사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93년 현대차에 입사했다. 주로 현대차에서 임원 경력을 쌓았으며, 2013년 현대차 경영관리실장으로 시작해 2015년 회계관리실장, 2018년 상무를 거쳐 2019년 현대제철 재경본부장으로 이동했다. 2021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으로 승진한 후, 2023년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승진하며 사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일부 직원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노동조합도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최근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협상이 결렬되며 노조가 추가 파업에 돌입하는 등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5일부터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일부 라인에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하는 초강수를 뒀으며, 노조는 파업을 이어가며 맞서고 있다.
서 사장이 초강수를 두고 회사의 체질 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들과의 소통과 협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서 사장의 비상 경영체제 돌입은 현대제철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결단으로 보인다"며 "구조조정과 효율화 작업을 추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