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산업은행
사진=한국산업은행

한국산업은행이 부실 여신과 정책자금 운용에서 잇따른 문제를 드러내며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산업은행 대출 심사 부실, 부적절한 투자 결정, 구조조정 자회사 기능 미흡 등을 지적하며 총 20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했다.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KDBI)는 2021년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서 중흥건설의 요구를 수용해 2000억원을 깎아주면서 산업은행이 1조300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제한경쟁입찰을 진행했지만 최초 낙찰자인 중흥건설이 자신들이 제시한 2조3000억원의 인수 가격이 경쟁사인 DS네트워크 컨소시엄의 1조8000억원 대비 지나치게 높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KDBI는 임의로 재입찰을 진행했고 결국 중흥건설이 2조671억원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인수 및 구조조정을 위해 총 3조2000억원을 투입했으나 매각 대금으로 1조9000억원을 회수하는 데 그쳐 1조3000억원의 손실을 확정 지었다.

반면 KDBI는 7000억원의 매각 차익을 거뒀다며 750억원의 성공보수를 수령했고 이 중 45억원을 임직원 11명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임직원은 최대 16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산업은행은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 국제공항 확장 프로젝트에 국내 사모펀드(PEF)를 통해 1억3000만달러(약 1900억원)를 투자했지만 공항 대주주인 하이난그룹이 파산하면서 전액 손실을 기록했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17년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하이난국제공항공사가 1조2000억원 규모의 그룹 부채에 얽혀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시켰다.

심사 과정에서 중국 은행 및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만 반영한 채 그룹의 부채 리스크를 간과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결과적으로 하이난그룹은 2021년 파산하며 원금이 전액 손실되었고 이자 및 배당을 고려하더라도 최종 손실액은 6134만달러로 집계됐다.

산업은행 청주지점장은 2016~2020년 동안 대출 브로커의 알선을 받아 7개 기업에 286억원을 대출해주었고 이 중 4개 기업이 부실화되며 15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해당 지점장은 대출 심사 과정에서 기업의 추정 매출을 부풀리고 기존 대출액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대출 한도를 늘렸으며 대출 모집인은 이를 대가로 1억3000만원을 챙겼다.

이 지점장은 대출을 제공한 업체 7곳에 자신의 자녀 채용을 청탁한 사실도 적발되었다. 해당 업체들 중 3곳이 부실화되며 산은에 89억원의 추가 손실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해당 지점장의 면직을 요구하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산업은행이 8개의 비상장 기업 지분을 상장 직전에 절반 가격에 매각해 최소 67억원의 기회이익을 상실한 사례도 드러났다.

특히 한 핀테크 기업의 경우 공모가 대비 저렴하게 지분을 매각했으나 이를 담당한 부서는 부서 수익 목표의 2배를 달성했다는 이유로 성과급을 두 배로 지급받았다.

산업은행은 보유 기업을 수의계약으로 매각할 수 없기 때문에 KDBI를 통해 기업을 인수·매각하는 방식을 도입했으나 감사원은 KDBI가 당초 설립 목적을 달성할 법적·제도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설립을 강행한 점을 지적했다.

한진중공업 매각 당시 KDBI는 경쟁입찰에서 낙찰받지 못했으며 현재 KDBI는 시장과 마찰을 빚으며 상업적 사모펀드 운영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산업은행에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KDBI가 구조조정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또 부실 여신 및 불법 대출 관련 감사를 강화하고 대출 심사 프로세스를 개선하라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한국산업은행 관계자는 "감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해당 지적 사항은 정해진 기간 내 조치를 완료하겠다"며 "국책은행으로서 동일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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