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 본사 전경. 사진=홈플러스

 MBK파트너스로 인수된 지 올해로 10년을 맞은 홈플러스가 경영난을 이유로 법원에 회생을 신청한 가운데 '적자의 늪'에서 강력한 자구안으로 안정화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홈플러스 측은 잔여 계약기간 동안의 모든 임차료를 계상한 리스부채를 제외하고 운영자금 차입을 포함한 홈플러스의 실제 금융부채는 약 2조원 정도 수준으로, 4조7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금융채권자들과의 조정이 어렵지 않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최근 신용등급이 낮아져 자금 관련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며 "이번 회생절차 신청은 사전예방적 차원으로 홈플러스 영업은 정상적으로 운영될하며 임직원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의 할인점 사업으로 시작한 홈플러스는 대구에 '삼성홈플러스' 1호점을 오픈하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지면서 1999년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테스코라는 글로벌 기업을 등에 업은 홈플러스는 2005년 영남권 슈퍼마켓 체인인 아람마트를 인수한 데 이어 2008년에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던 홈에버 매장을 일괄적으로 사들이며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테스코가 2014년 분식회계 스캔들에 휘말리며 자금 압박에 시달리자 2015년 9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싱가포르 테마섹 홀딩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홈플러스 측에 따르면 MBK 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3호 펀드에서 투자한 자금(공동투자자 자금과 우선주 7000억원 포함)은 약 3조2000억원 정도이며, 인수를 위한 차입금(인수금융)은 약 2조7000억원 정도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인수 당시, 홈플러스의 부채는 약 2조원 정도였으며, 이 가운데 이전 대주주였던 테스코로부터 고금리로 빌렸던 차입금이 이미 1.3조원과 운전자금 목적의 단기차입금이 최대 7000억 원 규모에서 이용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MBK 파트너스 인수 후, 해당 기존 홈플러스의 차입금 중 1.3조원은 국내 금융기관으로 차환하고 나머지는 최근까지 계속하여 운전자금 목적의 단기차입금 형식으로 조달돼 왔다"고 부연했다.


'실적악화'에 성장 정체된 홈플러스…"온라인 소비 증가 영향"


홈플러스 CI.
홈플러스 CI.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실적 부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지속된 적자로 재무 부담이 가중돼 유동성 위기에 부딪혀 왔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잇단 폐점으로 점포수는 줄어들었으며 2015년 MBK 인수 이후 실적 악화로 지속적인 재무 부담에 시달렸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2015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액은 6조7468억원으로 이후 △2016년 6조6067억원 △2017년 6조6629억원 △2018년 6조4101억원 △2019년 7조3002억원 △2020년 6조9662억원 △2021년 6조4807억원 △2022년 6조6006억원 △2023년 6조9314억원에 이어 지난해엔 7조462억원에 머물었다.

MBK 인수 후 영업이 이미 종료됐거나 영업 종료를 앞두고 있는 홈플러스 점포는 총 25곳으로 △동김해 △대구스타디움 △목동 △안산선부 △동청주 △부천중동△대전탄방 △안산 △대전둔산 △대구 △서면 △동대전 △안양 △서대전 등 14곳의 점포는 폐점했다.

이 외 △부천상동 △동대문 △가야 △부산연산 △해운대 △광주계림 △대구내당 △부천소사 △순천풍덕 △부산반여 △신내 등 11곳은 재건축 후 재입점 예정인 상황이다.

이에 홈플러스 측은 매출 감소 배경에 대해 "대형마트에 대한 각종 유통규제로 인해 온라인 사업자와의 경쟁구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불공평해진 상황에서 소비트렌드 마저 빠르게 변화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9년 약 1만4200 명의 무기계약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함으로 비정규직 개선과 일자리 안정화 노력을 인정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유통업 침체에도  MBK 파트너스 투자 이후 한번도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이 같은 시장 변화를 고려해 지난 2022년부터 그로서리 특화 마켓인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을 선보였으며 지속적으로 진행 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메가 푸드 마켓'은 오픈 1년 차에 평균 20% 이상, 점포별로는 최대 84%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리뉴얼 전 대비 신규 고객수는 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관계자들은 시장 변화를 고려해 지난 2022년부터 그로서리 특화 마켓인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은 실적반등을 꾀할 돌파구로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홈플러스가 코로나 이후 바뀐 소비 트렌드에 제때 적응하지 못하면서 근본적으로 경영난이 장기화 됐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온라인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만큼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은 급격히 감소할 수 밖에 없다"며 "온라인 소비 증가와 근거리·소량 구매 트렌드 확대 등 대형마트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업계 전반에 경영난이 확산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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