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무대가 양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공연 건수와 회차 모두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지역 간 문화 향유의 격차를 보이며 연극 무대 주인공은 여전히 '수도권'인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 18일 발행한 '2024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연극 공연 건수는 2020년 1281건에서 2024년 2932건으로 약 128.8% 증가했다. 공연 회차는 3만1383회 약 68.6% 증가해 5만2929회로 늘었다.

그중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열린 공연 건수는 1926건, 공연 회차는 4만2181회로 전체에서 각각 약 65.7%와 약 79.7%를 차지했다. 또 서울 티켓예매수와 티켓판매액은 2023년 대비 지난해 각각 3%(6만2313매), 18.9%(95억원) 증가하며 수도권 집중 현상의 무대가 해소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무대가 집중되는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수도권에 밀집된 공연장으로 분석됐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국 공연장 수 3267개 중 수도권에 있는 공연장 수가 1873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중 연극 무대가 많이 오르는 소극장(300석 미만 공연장)은 전체 1290개에서 818개로 전체의 약 63.4%를 점유했다.
전북 전주에 있는 '창작소극장'의 류가연 대표는 "소극장을 운영하기 위한 예산은 매우 높은데 이를 감내하고 운영을 이어갈 수 있는 단체들이 많이 없고 공간 지원 사업도 한정된 부분이 많다"며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역 공연장의 수도 늘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작품도 지원을 받아서 만드는데 자본을 운용할 능력이 있는 기획·제작사들도 지원을 받으면서 작품의 규모가 커진다"며 "결국 관객들은 큰 규모의 작품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에 연극 관련 기획·제작사들이 밀집해 있는 현상도 원인 중 하나로 파악됐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수도권에 있는 기획·제작사는 전체 3032개 중 2360개로, 전체의 약 77.8%를 차지했다. 이런 기획·제작사의 수도권 집중은 인력과 제작비용 문제로 이어져 수도권과 지역 간 공연 분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예술인 교육·양성 시스템이 지역에 부족한 점이 연극계를 비롯해 지역문화 예술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하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발행된 웹진 'A SQUARE'에서 "문화예술 전문인력의 양성에 대한 지역 현장의 갈증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예술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육성 체계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한 책임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287개 공연예술학과 중 서울과 경기 지역이 179개로 과반수를 차지했으며, 전국 15개 시도 중 10개 지역은 공연예술학과가 10개 이하로 운영되고 있다. 그중 수도권에 있는 연극영화학과는 2021년 대비 지난해 9.3%로 증가했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1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분야 전문 인력이 초·중·고등학교를 방문 교육해 학교의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에 기여하는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도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원사업은 예술인들이 예술 창작·교육활동을 병행할 기회도 제공한다.
2023년 547억원이었던 지원사업 예산은 지난해 258억원으로 절반가량 감소했으며, 올해에는 80억으로 더 줄었다. 특히 예술강사 인건비(강사료)는 배정되지 않았다.
앞서 윤종오 진보당 국회의원은 지난해 11월 "예산이 삭감되고 고용이 불안하니 평균 10년 이상의 예술교육 경험과 현장 경험을 가진 예술강사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교육현장을 떠나고 있다"며 "작년 대비 약 200명의 예술강사가 교육현장을 떠났으며, 2025년에는 더 많은 예술강사가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