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제철 노사 간 갈등이 심화 되고 있다. 역대급 성과금을 요구하고 있는 노조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나섰고, 사측은 업황 불황에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조가 부분 파업에 돌입하며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23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21일 인천, 당진, 포항 공장에서 24시간 파업을 강행했다. 노조는 순천 공장에서도 23일까지 하루 4시간씩 부분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의 이번 파업으로 현대제철은 필수 유지업무를 제외한 모든 생산이 중단되며 일부 일정에 차질이 발생했다. 다만 건설업 둔화로 철강재 수요가 감소한 상황이다 보니 당장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문제는 노조가 추가적인 파업을 예고하고 있고 파업이 장기화로 이어지면 철강재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데 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성과급 지급 문제 등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측은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차량 구매 대출 시 2년간 1000만원 무이자 대출 지원 △정년 퇴직자 대상 3년마다 20% 차량 할인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현대자동차와 동일한 수준의 역대급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과거 현대제철이 현대차보다 높은 성과급을 받던 시절과 현재를 비교하며 보상이 너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철강 시황 악화와 대규모 설비 투자 계획 등을 이유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현대제철의 2023년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7983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2024년 영업이익도 3144억원으로 잠정 집계되며 전년 대비 60% 넘게 줄었다.
현대제철의 업황 악화 원인으로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뿐만 아니라 국내 건설업 불황도 꼽힌다. 현대제철의 철근(봉형강) 매출액은 지난 2022년 3분기 79억3400만원에서 2년 만인 지난해 3분기 56억9200만원으로 30% 가까이 줄었다. 올해도 건설업 불황은 이어질 전망이다.
노사는 포항2공장의 셧다운 여부를 두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1월 포항2공장 셧다운을 계획하고 이를 논의하기 위해 노사 협의체 개최를 시도했다가 노조의 강력한 반발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사측은 여전히 국내 생산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고용 안정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임단협 교섭은 해를 넘겼고 노조는 시위와 파업을 예고하며 사측을 압박, 노사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져 가고 있다.
노조는 다음 달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대규모 상경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일부 노조원들은 이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농성을 벌이며 강경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교섭 요청을 하면 성실히 대화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측은 여전히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철강 시장 침체가 지속 되는 상황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현대제철은 적자를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철강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노사가 한발 양보하며 조속히 협력해 경쟁력을 회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