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포항 공장 가동 중단을 추진 중인 현대제철이 미국 내 제철소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에 70억달러(약 10조3000억원)를 투자해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금액은 수조원이며 내년 초 부지를 확정해 착공하고 2029년께 제철소를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지난해 4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거점도 검토하고 있으며, 어떤 지역에 투자해 무역 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지 세밀한 검토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대형 투자 검토에 나선 것은 그룹 내 현지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앨라배마 공장, 조지아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가동 중이다. 메타플랜트 생산량이 확대되면 향후 연간 미국 내 생산량이 120만대 체제를 갖추게 된다.
그동안 현대제철은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주 공장에 전기차용 강판을 공급하기 위한 최종 가공 설비인 '스틸서비스센터(SSC)'를 가동해 왔다.
트럼프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전망 속에서 관세 장벽에 대응하려는 전략이란 평가도 있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철강에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대한국 철강 수입량을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약 383만t)의 70%로 축소한 쿼터를 적용했다. 현재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을 앞두고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적 기본관세 10~20% 부과를 공약한 만큼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전통적인 관세 규정 및 쿼터 장벽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제철이 향후 미국에 신규 제철소를 건설하게 되면 대미 사업에도 활로를 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에서는 공장 셧다운을 추진 중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1월 포항 2공장 폐쇄를 추진했다가 노사 협의에서 무산돼 4조 2교대에서 2조 2교대로 축소 운영을 결정했다. 현대제철의 중·소형 형강 제품이 팔리지 않은 대신 중국산 저가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내린 결정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국내 공장 가동 축소는 현재 시장 상황에 따라 설비 생산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 조정하는 차원"이라며 "미국 내 설비 구축은 현지 제품 공급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거점을 확보하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