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문화회관이 검증된 레퍼토리와 새로운 시도로 2025년 시즌을 준비한다. 예술단 작품(25편, 162회 공연)을 포함해 총 29편, 174회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창단한 서울시발레단의 행보와 창단 기념을 맞는 예술단 공연도 주목된다.
21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발레단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 세종시즌' 사업발표회에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경제적 불황과 소비심리 위축 속 관객들은 확실한 소비에 집중하는 것 같다"며 "검증된 레퍼토리와 설득력이 확실한 작품으로 올해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자리에는 윤혜정 무용단장, 이승훤 국악관현악단장, 고선웅 극단장, 김덕희 뮤지컬단장, 박혜진 오페라단장, 박종원 합창단장도 참석했다.
세종문화회관이 선보이는 29편의 공연 중 11편이 레퍼토리 작품이다. 전체 공연의 86%가 예술단 작품으로 제작극장으로서의 면모를 강화했다.

특히 지난해 국내 첫 공공 '컨템포러리' 발레단으로 창단한 서울시발레단의 행보가 주목된다. 올해 창단 2년 차를 맞아 서울시발레단은 발레계의 세계적인 안무가들과 협력해 4개 공연에 걸쳐 7개 작품을 선보인다.
3월 오하드 나하린 '데카당스'를 시작으로, 5월에는 요한 잉거 '워킹 매드 & 블리스'를, 8월에는 새 라이선스 작품 '5탱고스'와 유회웅 안무가의 '노 모어'를, 10월에는 '캄머발레'와 허용순 안무가의 '언더 더 트리스 보이스'를 더블 빌로 공연한다.
안 사장은 "지난 1년 동안 발레단 레퍼토리를 확보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고, 세계적인 안무가들이 발레단이 했던 작품 영상을 먼저 보내달라는 요청이 많아 협의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한국에 컨템포러리 발레단이 생긴다는 것에 국제 발레계의 관심이 뜨겁다. 2026년에는 새 예술 감독이 발레단을 이끌고 국제 발레계에 서울시발레단이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시무용단은 각기 다른 무대 규모에 맞춘 세 작품을 준비했다. 4월 에스(S)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신작 'SPEED'는 15명 이내의 무용수가 출연하며, 폭발적인 속도감으로 변주된 장구 장단의 연주를 선보인다. 8월 대극장에서는 서울시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인 '일무'를 공연하며, 11월 공연되는 신작인 '미메시스'는 엠(M)씨어터에서 민속무, 궁중무 등 다양한 전통춤을 현대적 감각을 재구성한 공연을 선보인다.
윤혜정 단장은 "아리스토텔레스 예술 철학에서 '미메시스' 즉 모방이 예술의 본질"이라며 "2025년 우리의 전통과 민속은 어디까지 '미메시스'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서울시무용단의 시점에서 찾아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올해 국악관현악단 창단 60주년을 맞아 4월 '창단 60주년 헤리티지'로 포문을 연다. 이어 'Re-프로젝트'(6월), 실내악시리즈 '소리섬'(7월), 수상음악 프로젝트 '웨이브'(8월), 믹스드 오케스트라 '넥스트레벨'(12월)이 열린다.
이승훤 단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으로서 지난 60년간 연주했던 모든 곡은 클래식이 됐고, 모든 도전은 당연한 기준이 됐다"며 "이런 신뢰도와 역사를 바탕으로 최고급 국악관현악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극단은 신작 2편과 레퍼토리 2편을 준비했다. 3월 '코믹'을 시작으로, 5월에는 고선웅 단장이 대본과 연출을 맡은 '유령'이 신작으로 선보인다. 9월에는 지난해 호평받은 레퍼토리 작품 '퉁소소리'를, 11월에는 서사 구조를 보강하고 극의 완성도를 높인 '트랩'을 무대에 올린다.
고 단장은 '유령' 작품에 대해 "사람이 분명히 있지만 있다고 인정해주지 않을 때 유령이라고 한다"며 "'이름이 있지만 없고 태어났지만 주민번호가 없는, 이런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담아볼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은 창작뮤지컬을 개발하며 공공 뮤지컬 단체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주력한다. 지난 3년간 총 5개 작품을 올려 '다시, 봄'과 '맥베스'가 뮤지컬단의 레퍼토리 작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5월 선보이는 창작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1960년대 한국 최초의 뮤지컬을 만드는 이야기를 코미디로 풀어내며, 12월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가족 뮤지컬로 선보일 예정이다.

창단 40주년을 맞는 서울시오페라단은 '소망'을 테마로 대극장 공연 3편과 야외 오페라 1편을 선보인다. 오페라와 연극을 결합한 '오플레이'(O'Play) 형식으로 제작된 '파우스트'는 5월 공연되며, 6월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야외 오페라로 '마술피리'를 공연한다. 11월과 12월에는 각각 '아이다'와 '오페라 갈라'가 공연된다.

서울시합창단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4월 '합창 피어나다'를 시작으로 6월에는 '가곡시대'를, 8월에는 '한여름 가족음악회'를 준비한다. 10월에는 '낙엽이 흐르는 멜로디'에서는 사색할 수 있는 감상적인 곡들을 선보이며, '헨델 메시아'는 여름에 공연되던 예년과 달리 한겨울인 12월에 공연한다.
2025 세종 시즌에서는 예술단 공연 외에도 4편의 기획·공동주최 공연을 선보인다. 5월 안은미 안무가와 장영규 음악감독이 맡은 '동방미래특급'부터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인 콘서트'(5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Part 1 인 콘서트'(10월)가 진행되며, 12월에는 '정명훈 x KBS교향악단 베토벤 9'이 펼쳐진다.

세종문화회관은 관객 경험 확장에도 주력한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구독권을 1인에서 2인으로 확대하고 발행량도 800매에서 1000매로 늘릴 계획이다. 또 관객들의 확실한 소비를 위해 공연 전 사전 예습할 수 있는 이북(E-BOOK)을 만들고, 공연 후 사진을 문자로 발송하는 등 디지털 마케팅도 강화한다. 더현대 서울과 협업한 팝업스토어를 준비하고, 미슐랭 셰프를 초대해 대극장 로비에서 진행되는 '헤리티지 디너' 프로그램도 계획됐다.
이처럼 세종문화회관은 기존 레퍼토리 공연과 새로운 관객 서비스로 공연예술의 변화를 모색할 전망이다.
안호상 사장은 "1970년대 클래식의 메카였던 세종문화회관의 예술적 입지를 이 시대에 다시 찾고자 한다"며 "레퍼토리를 가진 극장은 고비 속에서도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기에 가장 강력한 레퍼토리를 장착한 세종문화회관으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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