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꾸' 관련 용품. 사진=예스24

시집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시집의 여백은 스티커와 메모로 채우고, 책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쓰던 북커버는 취향을 드러내는 도구가 됐다. '어렵다'라는 선입견을 넘어 10~20대 사이에서는 시집을 꾸미는 '책꾸'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예스24 자료에 따르면 '책꾸'에 필요한 다양한 굿즈의 판매량이 높게 나타났다. 2024년 북커버 판매량은 전년 대비 195.1% 늘었으며, 인덱스·라벨 스티커와 북마크·책갈피는 각각 93.3%, 42.8% 늘어났다.

문학동네가 문학동네 시인선 207 '그림 없는 그림책'을 초판 한정 문장 스티커를 동봉해 판매하고 있다. 사진=문학동네 엑스(X·구 트위터) 캡처
문학동네가 문학동네 시인선 207 '그림 없는 그림책'을 초판 한정 문장 스티커를 동봉해 판매하고 있다. 사진=문학동네 엑스(X·구 트위터) 캡처

'책꾸' 열풍과 함께 시집의 판매량도 높아졌다. 교보문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전체 시집 판매 중 20대는 26.5%를 기록했다. 예스24 자료에 따르면 시 종합과 한국 시 분야 모두 20대 비율이 2018년 7.5%에서 2023년 14.5%로 성장했으며, 10대 독자의 시집 판매량은 2023년 대비 지난해 124.1% 증가했다.

높아진 시집 선호도 증가에는 독서를 멋지고, 매력적인 활동으로 여기는 '텍스트힙'(Text Hip) 문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학교급별 종합 독서율 추이. 사진='2023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 갈무리
연령·학교급별 종합 독서율 추이. 사진='2023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 갈무리

지난해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은 전년 대비 2만명(15.4%) 이상 증가해 약 15만 명의 관객이 모여들었으며, 이중 관람객 70% 이상을 20~30대가 차지했다. 또 지난 2023년 발간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에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성인 독서율은 2023년 43%를 기록했지만, 20대의 독서율은 74.5%로 성인 연령층 중 가장 높게 조사됐다.

'텍스트힙'뿐만 아니라 '숏폼'이라는 친숙한 매체의 특성이 시집의 선호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숏폼 콘텐츠 이용률은 69.6%로 10대 이용률이 85%, 20대는 84.9%로 나타났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독자들이 인터넷에 익숙해지다 보니 호흡이 긴 작품을 보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며 "짧은 호흡으로 읽힐 수 있는 시의 특징이 독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박하나 예스24 마케팅 본부장도 "시는 굳이 따지면 '숏폼'"이라며 "숏폼에 익숙한 10대에게 시의 짧고 감각적인 언어가 색다른 감성으로 와닿으면서 인기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집의 소비 방식 변화에 포엣푸념 출판사와 동명의 인스타 매거진을 운영 중인 박성후 시인은 "시에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시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특정 유형의 시에만 관심이 쏠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문학동네 시인선 시리즈. 사진=예스24

실제로 표지에 여백이 많고, 단색의 색감으로 통일성 있게 제작돼 '책꾸'하기 좋은 평을 받는 '문학동네 시인선'은 2024년 기준 20대 구매 비율에서 31.8%를 기록하며 25.8%였던 전년과 비교해 1년 사이 6%p가량 올랐다.

하 평론가는 변화한 독서 문화에 "예전의 독서 열풍은 '읽기'에만 한정돼 있었다면 지금은 챌린지, 인증샷 등 하나의 이벤트가 됐다"며 "독서 열풍이 불고 책에 관심이 쏟아지기에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하나의 트렌디한 문화 상태로만 소비될 경우 독서를 피상적으로 할 우려가 있다"며 "인증샷, 책꾸 등을 넘어 책 자체에 집중해 읽어가는 노력도 있어야 독서 열풍의 의미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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