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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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증권이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대신증권도 올해 초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RCPS를 발행해 눈길을 끈다. 다만 대신증권은 이익 소각 형태로 RCPS를 상환해도 자본이 3조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지난달 26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실시를 공시한 이후 소액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신규 발행 주식수가 기존 주식수와 맞먹는데다가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자금 규모도 현재 시가총액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유상증자 자금 2000억원 중 1000억원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춘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쓸 계획이다. 자산관리(WM) 등 리테일 마케팅을 강화하고 탄소배출권 장내거래 서비스 도입, 퇴직연금(DC·IRP) 적립금 확대에 활용할 계획이다. 225억원은 흥국증권과 부국증권으로부터 빌린 기업어음(CP) 상환에 쓰이고, 775억원은 RCPS 상환에 투입 예정이다.

현대차증권은 앞서 2019년 자본 1조원을 채우기 위해 1036억원의 RCPS를 발행했다. RCPS는 상환권과 전환권이 부여된 우선주다. RCPS 발행사의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는 주식 전환과 매도를 통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된다. 

현대차증권의 경우 당시 발행한 RCPS 일부는 주식전환이 됐지만, 약 775억원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RCPS 우선배당률의 경우 올해까지는 연 3.8%지만, 2025년부터 매 1년이 경과하는 날마다 이율이 가산돼 비용부담이 확대된다. 자본으로 갖고 있는 것보다 갚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결국 자본으로 인정됐던 자금이 부채로 전환된 셈이다. 

RCPS는 우선주이므로 상환해도 주식이 말소되진 않는다. 전환권도 남아있는 형태라 보통주로 전환되면 현대차증권의 자사주로 편입된다. 이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주주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부탁한 형태로도 풀이된다.

현대차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를 종투사 전환을 위한 교두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종투사를 준비 중인 대신증권을 주목한다. 대신증권도 종투사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충족하기 위해 지난 3월 2300억원의 RCPS를 발행했다. 

다만, 대신증권은 RCPS 상환에 따른 유상증자 우려는 적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전환가액이 5만2600원으로 지난달 28일 보통주 종가 기준인 1만7050원보다 3배 이상 높아 보통주 전환 가능성이 낮다. 애초에 보통주 전환과 오버행 우려가 없다보니 발행 설계부터 상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신증권은 700억원과 1100억원, 500억원의 RCPS 조건을 따로 뒀다. 우선배당률은 각각 6.7%, 6.9%, 7.3%이며 발행일로부터 약 1년6개월, 2년6개월, 5년마다 150bp가 가산된다. 해당 시기마다 비용부담이 확대되는데, 보통주 전환 가능성이 낮으므로 사실상 내년 9월과 2026년 9월, 2029년 3월까지 해당 금액을 상환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대신증권 RCPS의 경우 형태는 우선주이나, 우선배당률이 높을뿐 아니라 우선배당률 가산 조항 등 상환가능성(채권성)을 높이는 조건이 다수 있어 하이브리드 증권 중에서도 채권적 성격이 강한 편"이라며 "금융투자업규정에서는 5년 이내 중도 상환이 가능한 상환우선주의 경우 영업용순자본 산정 시 자본에서 차감하도록 돼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도 "당시 유상증자를 하게 되면 기존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어서 RCPS 발행을 통해 자본을 채웠다"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대신증권이 RCPS를 무리 없이 상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대신증권 자기자본은 3조2812억원이다. 당장 700억원을 갚아도 3조원 선이 무너지진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대신증권 사옥을 리츠 운용으로 돌리면서 추가 자금 유입도 있다. 당초 계획했던 매각보다 원하는 만큼의 자금은 들어오지 않더라도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편 대신증권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종투사 지정을 신청했다. 심사 절차와 금융위원회·증권선물위원회의 의결을 거칠 예정이다.

종투사로 지정되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과거 키움증권과 메리츠증권도 RCPS 발행을 통해 종투사로 전환했고 수익성이 확대돼 현재는 초대형IB 전환 준비를 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이익 소각을 통해 RCPS를 상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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