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일정을 6개월 앞당기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최 회장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협력으로 만들어가는 AI 생태계'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최 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TSMC의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이날 최 회장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의 막대한 연산 등의 이유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원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SK하이닉스에 HBM4 공급을 6개월 앞당겨 달라고 부탁했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가 공급 일정을 앞당기는 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매년 새로운 버전의 칩을 출시하면서 더 많은 HBM을 요청하고 있다"라며 "SK하이닉스도 일정과 수율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으나, 해보겠단 답변을 전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AI 메모리 수요를 맞추기 위해 SK하이닉스·엔비디아·TSMC로 구성된 HBM 삼각동맹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6세대 HBM4 12단 제품의 양산 시기를 내년 하반기라고 밝힌 바 있다. 기존 양산 계획인 2026년에서 1년가량 앞당긴 것이다. 이에 더해 엔비디아와 공급 일정이 조율됨에 따라, 실제 양산 일정은 앞서 발표한 계획보다 단축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AI 메모리 수요 강세에 따른 엔비디아의 공급 일정 조율은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리더' 지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에도 AI 메모리 수요 강세에 따른 HBM 수요 증가로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했다. 회사의 3분기 매출은 17조57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8%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6조300억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매출은 전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했다.
한편 최 회장에 이어 기조연설을 진행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현존 HBM 최대 용량인 48GB(기가바이트)가 구현된 16단 HBM3E 개발을 세계 최초로 공식화했다. 이는 기존 12단을 넘어선 HBM3E 최고층 제품이다.
곽 사장은 "HBM4부터 16단 시장을 대비해 기술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48GB 16단 HBM3E를 개발 중이며, 내년 초 고객에게 샘플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1위 파운드리 협력사 TSMC와의 원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