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훈풍으로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 엔비디아가 4분기부터 차세대 AI 가속용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을 본격적으로 출하할 계획인데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향 인공지능(AI)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올해 4분기부터 차세대 AI 가속용 GPU인 블랙웰을 생산 및 출하할 계획이다.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블랙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라며 생산 능력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최근 SK하이닉스에 HBM4 공급을 6개월 앞당겨 달라고 부탁했다"며 "SK하이닉스도 일정과 수율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으나, 해보겠단 답변을 전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AI 칩 수요 증가는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블랙웰 출하 본격화는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블랙웰에는 SK하이닉스의 HBM3E(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8단 제품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사실상 HBM3E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블랙웰 수요 증가는 회사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아울러 엔비디아가 2025년 출시를 예고한 차세대 AI GPU '블랙웰 울트라'에는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이, 2026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루빈'에는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가 각각 투입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부터 블랙웰 울트라에 들어가는 HBM3E 12단 제품 양산에 돌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3E 8단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던 것처럼, 지난 12단 시장에서도 독주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을 통해 "회사의 D램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HBM 매출 비중은 3분기에 30%로 확대됐으며 4분기에는 4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4분기에는 예정대로 HBM3E 12단 제품의 출하를 시작해 내년 상반기 중에는 12단 제품 비중이 전체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으로 증가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 20일 엔비디아는 올해 3분기 매출 350억8000만달러(약 49조원), 영업이익 218억6900만달러(약 30조6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10% 늘었다. 엔비디아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시장조사업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집계한 월스트리트 예상치 331억6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은 시장의 AI 칩(CPU·GPU) 수요가 견조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AI 칩 시장에서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부문(AI 칩 포함) 매출은 308억달러로 역대 최고 매출을 경신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