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혜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혜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2금융권인 보험업계와 카드업계의 분위기가 상반된다. 자금조달 비용이 하락한 카드사는 숨통이 트일 전망이지만 보험사는 투자 수익성·지급여력비율(K-ICS)이 떨어질 수 있어 울상이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연 3.25%로 결정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3년 2개월 만에 결정된 것으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성장 전망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금리 인하를 통해 긴축 정도를 완화할 필요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권에서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카드업계가 혜택을 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신용카드사는 회사채를 통한 시장자금 조달이 많은데 금리 인하가 조달비용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사의 조달구조는 회사채 68%(84조원)·기업어음 14%(18조원)·ABS 15%(18조원) 등으로 구성됐다.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어느 정도 해소된 카드업계는 고객혜택을 늘리며 영업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카드사(비씨카드·우리카드·NH농협카드)는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지난달부터 결제대행(PG) 업종에 대해 최장 6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다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반해 보험업계는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보험사는 상품을 통해 확보한 보험료를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데 기준금리 인하는 일반적으로 투자 시장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투자 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하로 채권 수익률이 하락해 고객에게 판매한 상품의 이자율보다 낮아지면 손실을 보게 된다. 보험사가 자산운용에서 얻는 수익률보다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율이 더 크기 때문이다.

또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보험부채 할인율이 하락해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인 K-ICS가 감소한다. 할인율이 낮아지면 부채로 평가되는 규모도 커져 전체 보험사 자산은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보험계약은 현금 유입기간 대비 현금 유출기간이 길어 금리가 하락할 경우 보험계약 최초 인식 시점의 계약서비스마진(CSM) 규모가 하락한다. IFRS17 전환 이후 보험손익 내 CSM 상각액의 중요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신계약 CSM 규모 감소는 장기적으로 보험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보험연구원은 최근 세미나에서 "금리 하락이 보험사의 K-ICS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사업모형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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