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해보험 노동조합이 수의계약 매각 반대 시위를 한지 한달이 지났다. 쨍한 뙤약볕과 습기 가득한 여름에서 서늘한 가을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투쟁에 대한 의지는 거세다. 

이번 갈등은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전에 참가하면서 불거졌다. 현재 MG손해보험의 공개매각이 전부 불발로 끝난 이후 수의계약으로 매각절차가 진행 중이다. 

MG손해보험 노조 측은 메리츠화재가 이번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MG손해보험 매각 인수자에 대해 주식 매각(M&A) 또는 보험계약을 포함한 자산·부채의 계약이전(P&A)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P&A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될 경우 인수자의 입장에서 M&A 방식과 달리 고용승계 의무가 없고 우량자산만 선별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MG손해보험 노조는 고용 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수의계약을 두고 '짜고치는 고스톱'이나 '2024년 新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라는 비유도 나왔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란 러일전쟁 이후 1905년 미국과 일본이 상호 체결한 비밀 협정이다. 해당 밀약으로 미국은 미서전쟁 이후 확보한 필리핀의 지배를, 일본은 향후 있을 조선의 지배를 서로 인정했다. 이에 근대 동북아시아 파워게임에서 일본을 견제할 수 있던 미국은 조선의 상황에 대해 방관했고, 그 결과 일본은 어느 나라의 견제 없이 1910년 한일병합에 성공했다.

노조원의 이러한 비유는 금융사들의 관리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와 인수 주최자인 예금보험공사가 MG손해보험 직원들의 고용승계 문제를 묵과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발언으로도 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나 예금보험공사 모두 양 보험사간의 의견 조율에 있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다.

정치권 역시 해당 이슈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위원은 지난 4일 사무금융노조의 수의계약 반대 시위에 참여해 10일 진행되는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번 수의계약의 책임에 대해 질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심사 관련 토론회에서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전 참여에 대해 대주주적격성 심사제도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MG손해보험의 수의계약은 국정감사 본회의를 마친 이후 10월 말에 결정될 전망이다. 노조 측은 700여명의 회사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약속받기 전까지 싸우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다만 아직까지 인수에 관련된 모든 기관이 고용승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 회피한다고 해서 상황이 타개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책임도 피해갈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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