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J ENM에서 발생한 직장내 괴롭힘 사건을 취재하던 중 '공주님과 깔깔마녀'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CJ ENM은 '공주님' 밑으로는 다 조져진다"는 말에 공주님이 과연 누구인지 의문이 들었다.

CJ ENM에 '공주'라고 불릴 이는 두 명이 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로 둘 다 그룹 오너의 장녀다. 이미경 부회장은 CJ ENM을 이끌며 현재 엔터업계의 여왕으로 불리고 있으니 그녀를 제외하면 이경후 경영리더로 좁혀진다.

누가 공주님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CJ ENM 직원들의 무수한 댓글로 간단히 해결됐다. 그런데 댓글을 보고 있자니 흔히 그룹 오너의 딸이란 의미의 공주님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 직원은 그녀를 '사람이 공주 그 자체'라고 표현했고 또 다른 직원들은 '만나보면 정말 뼛속까지 공주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를 연예인 인형놀이 하는 놀이터 정도로 생각한다', '전문성이 없어 밑도 끝도 없이 쪼는 것 밖에 못하고 간신은 판을 친다'는 비난도 보인다.

공주님과 함께 '깔깔마녀'도 등장한다. CJ ENM 직원들은 깔깔마녀를 '기준이 없고 맞추기 힘든 공주님 밑에서 살아남은 리더', '간신'으로 정의하며 공주님과 깔깔마녀들의 행태를 지적한다.

'공주와 깔깔마녀들 모인 보고나 회의 들어가면 이런 데서 일을 한다는 게 진심 현타가 온다', '내부 인재들 다 나가고 일할때 기본적인 원칙 같은 것도 없어져서 회사 근간이 다 무너진 느낌이다',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가는 조직이다' 등 댓글이 줄을 이었다.

또다른 직원들은 '회의 후 현업으로 돌아와 깔깔마녀들이 큰 소리로 우겨대면 그냥 그게 룰이고 정답이 되어가고 있다', '틀렸다고 하면 찍혀서 아웃 되는 조직, 이게 진짜 맞는걸까?'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직장내 괴롭힘도 공주님과 깔깔마녀들의 행태가 회사 분위기를 망치고 가해의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심지어 깔깔마녀들을 과거 중국 한나라 멸망의 원인이 됐던 '십상시'에 비유하는 글도 눈에 띈다.

불만이 있는 소수의 직원들이 익명이란 가면에 숨어서 자행하는 일방적 음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망국에 대한 비유까지 등장했다면 그룹의 리더로써 회사와 그 구성원들을 위해 뭐가 문제인지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익명 속에 치뤄진 여론조사에서 참여자의 91%인 839명의 CJ 직원들이 승계에 우려를 표한 그 이유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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