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 4.5일'을 꺼냈다. 지난 임단협과 달리 급여보단 처우에 초점을 맞췄다. 근무 시간을 줄여 저출생 해결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처우 개선보다 일과 가정 양립에 집중해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29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서울 중구에서 총파업 투쟁계획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전날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전체 노조의 70%가 투표에 참여했고 95%가 넘는 찬성표를 얻었다며 내달 25일 총파업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노조의 핵심 요구 사항은 △주 36시간 근무·주 4.5일제 실시 등 노동시간 단축 △영업 개시 시간 30분 연기 △금융 사회적 책임·역할 강화 △본점 이전·폐지 시 노조와 합의 등 4가지다.
금융노조는 지난 2022년에도 두 차례 총파업에 나섰다. 당시 노조 주요 요구 사항은 △주 36시간 근무 △임금 6.1% 인상 △영업점 폐쇄 금지 등이다.
금융노조는 그간 여러 차례 총파업 카드를 꺼냈지만 실제 파업으로 이어진 건 지난 몇 차례 되지 않는다. 2022년 파업도 6년 만에 이뤄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당시 17개 은행 파업 평균 참여율은 9.4%로 매우 저조했다. 이자 장사로 뭇매를 맞은 데다 1억원이 넘는 평균 연봉으로 여론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당시 본점 지방 이전으로 반발이 거셌던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참여율이 높았고 시중은행 노조 참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에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좀 더 무게를 뒀다. 20년 전 주5일제를 최초 도입한 산별 노조인 점을 강조하며 "주 4일제 포문도 금융노조가 열겠다"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태희 금융노조 여성위원장은 "아이들에게 아침을 차려주기는커녕 인사 나눌 시간도 빠듯하다"며 과도한 노동시간으로 가족 간 유대가 얕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지금이야말로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이를 통해 노동자가 여유로운 삶과 가정 내 자녀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중앙노동위는 금융노조가 제시한 임금 인상률 5.1%가 영업시간 30분 연기 등이 합리적이란 취지로 사용자 쪽에 대안을 갖고 교섭에 임하라고 권고했다"며 요구가 정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근무시간 축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전·현정 정부가 사활을 거는 저출산 극복 핵심이 '일터에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란 사회적 컨센서스(합의)가 있다"며 "이는 세계적 전문가 중론으로 2024년 주 4일제는 찬반이 아닌 의지와 결단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금융노조 투쟁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공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금융노조는 4대(KB·신한·하나·우리) 은행 기준 여성 조합원 비율이 62%점을 짚으며 "여성이 과반을 차지하는 직종에서 가장 먼저 저출생 해결을 위한 정책 요구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노조 산하 7개 지부 출생아 수는 2015년 2797명에서 지난해 기준 996명으로 떨어졌다.
금융노조는 사용자 측에 임금 인상률 5.1%를 요구했으나 주장했으나 주 4.5일제를 수용한다면 임금 부분은 충분히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무작정 주 4.5일제와 지금의 임금 인상률을 같이 요구할 생각은 없다"며 "관련 요구를 수용한다면 임금 인상은 충분히 사측과 논의할 수 있고 사측이 타격을 보는 부분은 노사 공동으로 사회공헌 기금을 마련해 또 저출생 해결에 사용하자는 제안도 해 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