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서 초밥 쥐어주는 일식집에 갔는데 내 앞에 있는 요리사가 화장실 다녀와서 손을 씻었을까 하는 걱정 안 하죠? 개인정보 다룰 때 소금 치는 것도 똑같아요, 너무 당연한 거예요"
카카오페이의 개인정보 암호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취재하다가 들은 말이다. 보안에 쓰는 알고리즘에는 솔트(랜덤값)를 적용할 수 있고 업계에선 이걸 '소금 친다'고 한단다.
데이터보안 분야에서 너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의 "카카오페이가 개인정보 일방향 암호화에 랜덤값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불거진 고객 개인정보 무단 제공 의혹에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고객 동의 없이 정보를 넘긴다는 지적에 알리페이에 고객 정보를 넘긴 건 필요한 절차였고 사용자 동의가 필요 없다고 해명하며 일방향 암호화로 해독이 불가능하다는 게 카카오페이 입장이다.
카카오페이 반박이 심기를 거슬렀는지 금융감독원은 즉각 암호화 수준까지 밝혀가며 카카오페이 반박이 잘못됐다는 자료를 냈다. 카카오페이가 내세우는 '마음 놓고 금융하다'란 표어가 무색해진 순간이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상반기 8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오랜만에 흑자가 찍힌 성적표를 받았다. 모기업 사법 리스크에 몸살을 앓던 와중 만난 반가운 소식이지만 일주일 만에 쓸려 나갔다.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단 소식을 알게 된 카카오페이 고객도, 맥을 못 추는 주가에 손해를 본 주주도 속상하겠지만 누구보다 속상한 건 카카오페이 임직원일 것이다.
쉽고, 재밌는 금융을 만들자는 비전에 마음이 동해 합류했을 직원도, 삼성전자와 베인앤컴퍼니에서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다 '주가 회복까지 최저임금을 받겠다'며 카카오페이 수장을 맡은 신원근 대표도 말로 다 하지 못할 만큼 허탈한 마음이지 않을까.
신원근 대표는 '먹튀' 논란을 빚은 류영준 전 대표 이후 부임한 만큼 책임감이 더 막중했을 것이다.
대표 선임 후 한 차례 자사주를 매입하며 시장 신뢰를 도모한 신 대표는 2022년 이후 이렇다 할 행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불법 지원금 논란 등 몸살만 몇 차례 더 앓았다.
모기업 리스크에 이래저래 나서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신중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제는 정말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때다. 정말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보여줘야 한다.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객 신뢰 아니겠는가.
신뢰는 돈으로 살 수 없다. 회복에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카카오페이가 전철재신(轉轍再伸)하길 바란다. 카카오페이의 가장 어두운 지금이 동트기 직전이기를, 이 어려움을 딛고 더 큰 성장을 이루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