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DB생명보험
사진=KDB생명보험

KDB생명이 2000억원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다. 메리츠증권이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단독주관을 맡은 가운데 수수료율을 대폭 낮추며 KDB생명의 부담을 줄이는 모습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DB생명보험은 전날 채무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2000억원을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공모 금리 밴드는 5.4~6.0%로, 메리츠증권이 단독으로 주관한다.

KDB생명은 지난 5월 산업은행으로부터 약 3000억원 유상증자에 이어 이번 후순위채 발행으로 자본 늘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KDB생명이 자본건전성을 개선해 매각 절차를 앞당기려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KDB생명의 올해 1분기 K-ICS(킥스)비율은 129.2%로, 산은의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상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제공=메리츠증권
사진제공=메리츠증권

이번 후순위채 주관을 맡은 메리츠증권은 지난해에도 KDB생명의 1200억원 후순위채를 주관했다. 당시에는 1100억원의 수요가 모집됐고, 미매각된 100억원은 메리츠증권이 PI(고유계정)계정을 통해 인수했다. 

메리츠증권은 당시 인수수수료율로 1.25%를 조건으로 걸었고 약 150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행된 후순위채는 KDB생명의 재무건전성이나 하나금융과의 인수합병(M&A) 등 문제가 얽혀있어 쉽지 않은 딜로 여겨졌다. 통상적인 회사채 수수료율(0.2~0.3%) 수준보다 높게 잡은 이유가 있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번에 KDB생명과 함께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메리츠화재와 한화손해보험도 대표주관사와 인수단이 각각 0.2~0.3% 수수료율을 챙긴다. 지난달 후순위채를 발행한 교보생명도 대표주관(NH투자증권) 증권사와 인수단들이 각각 0.2%를 챙겼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KDB생명의 후순위채 주관 수수료를 0.5%로 잡았다. 당초 IB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이번에도 "1% 넘는 수수료를 챙기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있었으나, 지난해 대비 75bp 대폭 삭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금리도 낮아진데다가 지난달 교보생명 후순위채에도 수요가 몰려 메리츠증권이 주관 조건을 완화한 것 같다"며 "자본확충이 절실한 KDB생명으로서도 수수료율 삭감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KDB생명 후순위채의 완판 및 흥행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KDB생명의 후순위채 금리는 7%였으나, 올해 금리 밴드 상단이 6%로 지난해보다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메리츠화재·한화손보를 비롯, 한화생명과 흥국화재도 하반기 수요 부족을 우려해 대거 발행에 나선만큼 물량 부담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