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제약회관 로비에 설치된 조형물. 사진=신승헌 기자
서울 서초구 제약회관 로비에 설치된 조형물. 사진=신승헌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의 인수합병(M&A)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기존의 공동개발과 전략적 투자에 이어 인수합병이라는 보다 공격적 방식을 통해 기업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해외 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합병 형태에서 탈피, 역으로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1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에만 2건의 M&A가 추진되는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이목이 쏠린 빅딜은 지난달 SK바이오사이언스의 독일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 건이다. 약 3390억원이 투자된 해당 딜은 국내 백신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1921년 설립된 IDT 바이오로지카는 독일과 미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미국·유럽 등 10개 이상의 의약품 규제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트랙 레코드(Track record)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이 거래가 주목받은 까닭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상위 수준의 기업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IDT 바이오로지카는 글로벌 백신 위탁생산 상위 10개 기업 중 하나로, 기업 가치만 약 6560억원에 달한다. 그간의 굵직한 M&A 및 기술거래가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국내 기업이 역으로 글로벌 상위 기업을 인수하는 수준으로 진일보한 셈이다.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역시 "이번 지분 인수 거래는 회사의 새로운 성장 축을 마련하고 핵심 사업과 제품들의 선진국 및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데 주요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번 인수를 기반으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 대상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항암 바이러스·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신규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SK팜테코가 미국 CBM을, 2022년 LG화학이 미국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한 바 있으며, 셀트리온·한미약품·SK바이오팜 등도 적극적인 M&A 추진을 예고하는 등 국내 기업의 글로벌 M&A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국내 기업 간 M&A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일 광동제약은 체외진단기기 전문기업 프리시젼바이오 지분을 인수,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디앤디파마텍은 지난 1일 뉴랄리와 프리시전 몰레큘러 등 자회사 간 합병을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제넥신이 표적단백질분해제(TPD) 바이오프로탁 플랫폼 개발기업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와 합병했고, 5월에는 동국제약이 미용기기 등 중소형 제품을 생산하는 위드닉스의 지분을 인수했다. 4월에는 HLB바이오스텝이 독성시험 전문기업 크로엔을 인수한 바 있다.

이 같은 제약바이오업계 M&A 바람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를 증명하듯 국내 헬스케어 산업 M&A 규모는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삼일회계법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헬스케어 부문 M&A는 총 203건이며, 거래액은 18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2년 175건, 10조5000억원 규모 대비 약 16%, 75%씩 상승한 수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19일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빅파마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동연구·전략적 투자에 나서고 있고"며 "최근에는 국내외 기업간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다 다양한 협업모델을 구축하고 도전한다면 산업 도약의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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