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서 업계 최초로 노동조합이 설립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홍석조 BGF그룹 회장이 성과급 규모를 줄이고 고배당을 지속하면서 이른바 '오너 일가' 배 불리기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BGF리테일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 회사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음에도 직원들의 성과급 규모를 30% 줄였다. 반대로 홍 회장 일가는 이전과 다름없는 높은 수준의 고배당 수령을 유지했다.
실제로 BGF리테일은 지난해 매출액 443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9% 오른 성적표를 받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5.4% 증가했다. 그사이 BGF리테일은 1주당 4100원, BGF는 12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9.1% 배당 규모를 늘린 셈이다.
이렇게 되면서 홍석조 회장은 지난해 BGF리테일에서 52억1469만원, BGF에서 37억2108만원 받아 총 89억3577만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또 홍 회장 아들인 홍정국 부회장과 홍정혁 사장도 BGF에서 각각 23억8537만원과 12억610만원을 받았다.
앞서 지난 2022년에도 홍 회장은 BGF리테일에서 38억1562만원, BGF에서 56억1651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실적 상승을 이유로 이들 홍 회장 오너 일가가 고액 배당금을 받아간 반면 BGF리테일 직원들 성과급은 오히려 전년 대비 지난해 30% 줄었다.
직원들 사이에선 임금 인상을 두고도 뒷말이 계속됐다.
BGF리테일은 지난 3월 '2024년 임금 조정 사항'을 발표해 올해 임금을 총 4.4% 인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성과 평가에 따른 임금 인상률은 0.3~0.8%로 책정됐다. 올해 BGF리테일 직원 임금은 직급(사원~부장)과 성과 등급, 직책 수당, 승격 인상에 따라 평균 2.7~5.0% 인상됐다. 직급별 평균 인상률은 △부장 2.7% △차장 3.3% △과장 4.5% △주임 4.7% △사원 5.0% 수준이다.
이를 두고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물가 상승률과 비교했을 때 사실상 '동결' 수준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지난해 BGF리테일의 임직원 평균 급여는 6500만원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100만원 삭감됐다.
고배당과 어울리지 않는 직원 대우를 두고 일각에선 홍석조 회장이 승계 준비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홍 회장이 5년 전부터 승계 움직임을 보였다는 관측이 파다하다.
먼저 2019년 홍 회장과 부인 양경희씨는 BGF 지분 9.51%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형식으로 장남 홍정국 부회장(당시 사장)에게 넘겼다. 이어 2022년에는 장남과 차남 홍정혁 사장에게 BGF지분을 1002만5095주를 블록딜 형태로 매각했다. 이후에도 BGF와 BGF리테일을 둘러싼 크고 작은 지분 이동과 투자금 확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편 이런 직원들의 불만과 관련해 BGF리테일 관계자는 "올해 성과급은 지난해 경영 목표 미달 등으로 전년 대비 소폭 낮아진 것"이라며 "업계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배당 성향의 경우 BGF리테일은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이며 BGF는 오히려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