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본사 전경. 사진=오리온
오리온 본사 전경. 사진=오리온

오리온이 바이오산업에 뛰어든지 3년만에 대규모 인수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사업영역 확대에 나섰다. 그간 쌓아온 실적 안정성 측면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에, 오리온은 "미래 성장에 기여 할 고부가가치 투자"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최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7%를 5485억원에 인수하며 최대 주주가 됐다. 

최근 식품 분야는 포화 상태에 이르며 경쟁이 더욱 심화 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주 소비자층도 계속해 얇아지고 있는 상황에 식품기업들은 새 먹거리를 찾아 종합식품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

오리온도 새 주력사업으로 '바이오'를 선택하고 지난 2020년 중국 국영 업체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와 합작법인을 세우며 바이오 시장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국내에서는 하이센스바이오와 협력해 난치성 치과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에 들어갔고 2022년에는 오리온홀딩스 산하에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으며, 이번 레고켐바이오 인수를 통해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신기술이나 신제품의 개발이 성공했을 때 소위 '대박'을 치며 가파르게 성장하는 바이오 시장은 꾸준한 투자가 있어야 완성된다. 이런 면에서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지는 오리온은 국내 뿐 아니라 국외 시장에서의 탄탄한 자금력으로 투자 여력이 충분해 바이오 분야와 상성이 좋다.

이번 인수 주체도 중국법인 지주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으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자금으로 신사업에 투자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이번 투자 대상이 긁지 않은 복권처럼 미래가 불투명한 곳이 아니라 이미 실적과 실력을 갖추고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는 단계의 회사다 보니, 투자 안정성도 확보했다.

레고켐바이오는 글로벌 ADC 시장에서 2023년 가장 많은 25개의 ADC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구축한 1위 기업으로 존스앤드존슨과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오던 기업이다. 

ADC는 화학요법과 달리 암세포에만 선택 작용해 치료 효과를 높이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차세대 기술로, 글로벌 ADC 시장은 2026년 130억달러(한화 약 17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 12월 ADC를 활용한 기술을 얀센에 이전했는데, 선급금만 1억달러(약 1326억원)에 단독 개발 권리 행사금 2억달러, 개발·허가·상업화 성공 시 발생하는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하면 총 계약 규모는 17억달러(한화 약 2조254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레고켐바이오는 자체 기술력으로 총 13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달성했고 계약 총액은 9조원에 가깝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번 레고켐바이오 인수는 장기적 관점의 고부가가치 사업에 대한 투자"라며 "세계 시장에서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탄탄한 바이오기업을 인수한 만큼 향후 오리온그룹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9일 열린 온라인 기업설명회에서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아닌 오리온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외국회사 M&A는 경영 간섭 정도가 아니라 내부화인데, 그렇게 되면 우리의 비전과 계획은 다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리온은 자율경영 보장에 대해 확실하게 약속했고, 오히려 기존 경영진 포함 차세대 핵심 멤버들까지 흐트러짐 없이 연속성과 일관성을 갖고 운영해줄 것을 요청해왔다"며 "오리온과의 만남을 통해 오리온의 진정성과 기업문화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플랫폼이 문제가 아니라 프로덕트(신약 후보물질)를 가진 사람이 마켓을 주도할 것"이라며 "현재 우리 손에서 연구 개발에 들어가 있는 파이프라이 20개가 넘는데, 셀라인 개발부터 시작해서 비임상·임상에 들어갈 것들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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