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백 년쯤 전, 그러니까 19세기에 세계에서 가장 힘이 셌던 나라는 영국이었어.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이룬 곳이었기 때문에 과학과 기술도 그만큼 일찍 발전한 나라였지. 그리고 원래 섬나라였기 때문에 해군의 힘도 강해서, 나폴레옹의 군대에 맞서서도 굴복하지 않았던 딱 하나 뿐인 나라이기도 했지. 

비행기가 없던 옛날에는 멀리 떨어진 대륙까지 오고 가려면 커다란 배를 타는 수밖에 없었어. 따라서 멀리 바다 건너 대륙까지 군대를 태우고 가서 식민지를 개척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당연히 해군의 힘이었을 거야. 영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민지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일찍 발달한 과학기술의 힘과 막강한 해군의 힘 덕분이었지. 

영국국기. 사진=픽사베이
영국국기. 사진=픽사베이

영국은 원래 우리나라와 비슷한 크기의 땅을 가진 나라야. 독일, 프랑스, 스페인 같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하고 비교해도 크기가 작은 나라라고 할 수 있어. 하지만 그렇게 조그만 나라가 한 때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육지의 4분의1 정도나 되는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던 적도 있었어. 

게다가 그 식민지가 전세계 곳곳에 펼쳐져있어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리기도 했지. 캐나다, 미국, 인도,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같이 지금도 손가락에 꼽힐 만큼 큰 나라들이 모두 한 때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에 해가 지려고 하면 호주에 해가 뜨고, 호주에 해가 지려고 하면 인도에 해가 뜨는 식이었으니까 말이야. 정말 엄청난 일이지?

물론 지금부터 오십년 쯤 전 그 대부분의 식민지들이 독립을 하게 되었고, 영국도 지금은 다시 원래대로 유럽의 작은 섬나라가 됐어. 하지만 예전에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의 국기를 살펴보면 백여년 이상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어. 바로 그 나라들의 국기 안에 자신들을 지배했던 영국의 국기인 '유니온 잭'이 숨어있는 것이지. 

호주의 국기가 그 대표적인 예야. 호주의 국기는 영국의 국기인 '유니온잭'이 한 구석에 그려진 푸른 깃발 위에 별이 여섯 개가 그려져있어. 그 중에서 오른 쪽에 있는 다섯 개의 별은 호주의 밤하늘 가장 높은 곳에 떠있는 남십자별자리를 의미하고, 유니온잭 바로 밑에 그려진 커다란 하나의 별은 호주를 이루고 있는 일곱 개의 연방을 의미해. 그래서 국기 안에 들어있는 여섯 개의 별은 모두 뾰족한 뿔이 일곱 개 달려있는 독특한 모양으로 그려져있지. 

호주의 바로 옆에 붙어있는 섬나라인 뉴질랜드의 국기도 얼핏 보면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해. 국기의 한 쪽에 유니온잭이 그려진 것은 똑같은데, 옆에 그려진 별의 색깔과 숫자만 다르니까 말이야. 

사실은 그 별들이 남십자별자리를 가리킨다는 것도 똑같아. 그런데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그 별자리가 조금 다르게 보이는지, 호주는 다섯 개의 별을 그려넣은 것과 달리 뉴질랜드는 네 개만 그려넣은 게 좀 달라. 물론 호주처럼 일곱 개의 연방으로 이루어진 나라가 아니라서 별도 다섯 개의 뿔을 가진 보통 모양을 가지고 있지.

그 밖에도 오랜동안 영국의 식민지로서 지배를 받아왔던 투발루, 버뮤다, 포클랜드 같은 나라들의 국기에도 유니온잭이 들어있어.

하지만 일찍 독립을 한 나라들 중에서는 원래 국기에 들어있던 유니온잭을 빼고 새로운 국기를 만든 나라들도 있어. 사실, 국기는 자기 나라를 대표해서 가장 자랑스럽게 휘날려야 하는 것인데, 그 안에 예전에 다른 나라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담아두는 것이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 않겠니? 

예를 들어서 원래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홍콩은 중국에 반환된 뒤로 국기에서 유니온잭을 빼버리기로 했어. 그리고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는 캐나다도 독립한 뒤로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국기를 바꾼 나라야. 

홍콩과 캐나다 모두 원래는 호주나 뉴질랜드처럼 국기봉 쪽 윗쪽에 유니온잭이 그려넣어진 국기를 사용하고 있었어. 하지만 캐나다는 1965년, 홍콩은 1997년부터 국기를 바꾸면서 유니온잭을 지워버렸어.

대신 홍콩은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 바탕 위에 하얀 바우히니아 꽃을 그려넣은 무늬를 국기로 삼게 되었어. 바우히니아 꽃은 더운 지방에서 많이 자라는 덩쿨식물에서 피는 꽃인데, 무궁화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인 것처럼 홍콩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해. 그리고 캐나다도 가을마다 온 나라를 붉게 물들이는 단풍잎 무늬를 국기 가운데에 그려넣게 되었지. 단풍나무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나무인데, 단풍나무 열매로 만드는 달콤한 메이플시럽은 전세계로 수출되는 캐나다의 특산물이기도 하지.

사실은 아직까지 유니온잭이 들어있는 국기를 사용하고 있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도 국기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대. 벌써 독립한 지도 수십 년이나 지났고, 영국과는 별 관계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데도 국기 속에 굳이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인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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