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혁명이 하루 아침에 뚝딱 이루어지고 끝난 건 아니야. 수백 년이 넘도록 왕 혼자 다스리던 나라를 갑자기 수천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함께 다스리려면 토론이나 논쟁도 많이 해야 하고 새로운 규칙도 많이 만들어야 하잖아. 만약에 학교에서 항상 모든 일을 결정해주시던 선생님이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버리시고 학급의 모든 일을 아이들이 의논해서 결정해야 한다면 굉장히 혼란스럽고 어렵겠지? 그것하고 비슷한 일이었다고 생각하면 쉬울 거야.
어쨌든 혁명은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동안 계속되었어.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고 싸움도 많이 해야 했지. 한 번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만들다 보니 각자 처지와 입장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달랐기 때문이야.
평민들 중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은 귀족과 부자들의 재산을 모두 빼앗아 골고루 나누어 가져야 '평등'해지는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반대로 돈이 많은 사람들은 재산에 대한 권리는 간섭하지 않아야 '자유'로운 나라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그렇게 계속되는 싸움에 지쳐버린 사람들은 차라리 왕을 다시 데려오자고 주장하기도 했어.
왕을 세우더라도 국민들이 직접 뽑은 대표들의 허락을 받아가며 나라를 다스리도록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 생각을 '입헌군주제'라고 부르기도 하지. 어쨌든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런 여러 가지 입장과 생각들이 서로 나뉘고 다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고, 또 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기도 했어.

그런 시대에 군대의 힘을 동원해서 권력을 쥐고 스스로 프랑스의 지도자 자리에 오른 사람이 바로 나폴레옹이었어. 유럽의 많은 이웃나라들이 군대를 보내서 혁명을 성공시킨 프랑스를 침략하고 괴롭혔다는 이야기는 앞에서 했었지? 나폴레옹은 시민군대를 이끌고 바로 그런 이웃나라들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국민들 사이에서 더 많은 인기를 끌면서 점점 더 높은 자리로 올라설 수 있었어.
나폴레옹은 아주 머리가 좋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어. 그래서 전쟁 때도 아주 기발한 전술과 작전들을 많이 개발해서 사용했다고 해. 부대를 여럿으로 나누어서 한 부대가 적군과 싸우는 척 하면서 시간을 끄는 사이에 다른 부대들이 몰래 뒤로 돌아가서 적군을 둘러싸고 공격하는 방법이라든지, 알프스처럼 높은 산을 몰래 넘어 들어가서 적군이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기습을 한다든지 했던 것은 그렇게 나폴레옹이 생각해냈던 새로운 작전들이었어.
그리고 나폴레옹은 다른 나라의 장군들과는 달리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이어서 낮은 계급의 병사들과도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믿고 따르는 부하들도 많았다고 해. 보통 장군들은 거만해서 계급이 낮은 병사들하고는 상대도 하지 않았거든. 그런데 나폴레옹은 쉬는 시간이면 같이 나무등걸 같은 데 걸터앉아서 병사들과 잡담을 하기도 하고 아무 데서나 앉아서 밥도 같이 먹곤 했다는 거야. 만약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너희들과 같이 분식집에 앉아서 떡볶이도 먹고 운동장에서 축구도 같이 하면서 놀아준다면 굉장히 멋있게 보일 것 같지 않니? 프랑스 군인들에게 나폴레옹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는 거야.
나폴레옹이 그렇게 기발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고, 또 병사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릴 수 있는 소탈한 성격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폴레옹이 원래 천재였기 때문에? 그리고 나폴레옹이 원래 성격이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머리가 좋고 성격이 좋은 사람은 다른 나라에도 많이 있었을 거야. 그런데 오직 프랑스의 장군이 나폴레옹만 그렇게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나폴레옹이 원래 식민지에서 태어난 낮은 신분의 사람이었기 때문이야. 나폴레옹이 원래 이탈리아의 식민지였다가 나중에는 프랑스의 식민지가 된 '코르시카'라는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그렇게 원래 가난하고 천한 사람들 속에서 자라온 나폴레옹은 겉치레를 좋아하는 귀족들보다는 솔직하고 성실한 평민들과 함께 지내는 걸 더 좋아했어. 그리고 그 덕분에 격식만 따지는 귀족들과 달리 마음대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실험해보는 걸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이기도 하고 말이야.
하지만 다른 유럽 모든 나라 군대의 지휘관들은 모두 왕족이나 귀족 출신이었기 때문에 부하 병사들을 노예 다루듯 했어. 그리고 뭔가 새로운 생각을 해내기보다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대로만 행동하고, 전쟁터에서도 그런 방식으로만 싸우려고 했지. 그래서 다른 나라의 군대는 적을 속이는 기만전술이라든가, 적이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공격하는 기습작전 같은 것을 상상도 할 수가 없었던 거야.
그런데 그렇게 소탈한 성격과 자유분방한 생각을 가진 나폴레옹이 프랑스 군대의 장군이 되고, 또 프랑스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프랑스 혁명 덕분이었어. 유럽의 모든 나라들 중에서 오직 프랑스만이 어떤 신분이든, 어느 지역 출신이든 상관 없이 능력만 뛰어나면 출세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있었기 때문이야. 누구든지 능력만 있으면 천한 신분이거나 식민지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가장 높은 장군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가장 높은 장군부터 가장 낮은 병사까지 서로를 존중하고 스스럼 없이 어울리면서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있는 단결. 그것이 바로 나폴레옹의 군대가 싸울 때마다 이길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힘이었어.
나폴레옹이 지휘한 프랑스군은 전쟁에 나갈 때마다 이겼어. 그래서 프랑스로 쳐들어오는 군대들을 하나하나 쳐부수고 쫓아내버리더니, 나중에는 프랑스로 쳐들어왔다가 지고 도망치는 침략군들을 뒤쫓아가기가지 했어. 그래서 내친 김에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스페인 같은 침략자들의 나라들까지 추격해서 그 나라의 왕들을 사로잡아 항복을 받고 다시는 프랑스로 쳐들어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지.
그럼 그 다음은, 어떻게 했을까? 나폴레옹은 자신이 정복한 나라들에도 프랑스 혁명을 전파하기 시작했어. 그 나라들에서 주인으로 군림해오던 왕족과 귀족들을 쫓아내고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 혁명의 이념을 따르는 나라를 세우기 시작한 거야.
그러니 그 때 나폴레옹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겠니? 프랑스 국민들은 자신들을 죽이려고 쳐들어온 외국의 군대들을 모조리 쫓아내준 데다가, 그 나라들을 모두 정복해서 다시는 쳐들어오지 못하게끔 하고 오히려 그 나라 사람들이 프랑스 혁명을 배워가도록 만들어주었으니까 말이야. 그 때 프랑스 사람들에게 나폴레옹은 슈퍼맨이나 배트맨보다도 더 위대한 영웅처럼 생각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지.
하지만 너무 인기가 높아지고 너무 커다란 권력을 가지게 되자 나폴레옹도 서서히 독재자로 변해가기 시작했어. 1799년에는 군대의 힘을 동원해서 국민들의 대표들로 구성된 의회를 억누르고 스스로 '제1통령'이 되어 독재정치를 시작하더니 1804년에는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했거든. 프랑스 혁명군의 지도자였던 나폴레옹이 프랑스 혁명 때 시민들이 없애버린 황제 자리를 다시 만들고 스스로 그 자리에 앉았다는 것은 사실 말도 안되는 일이잖아. 하지만 너무 큰 인기와 권력을 가지게 되면 사람이 그렇게 변하게 되기도 하나봐.

사실 그 때 나폴레옹을 존경하고 사랑했던 것은 프랑스 사람들만이 아니었어. 그동안 왕족과 귀족들에게 억압받던 유럽 많은 나라의 평민들과 지식인들도 나폴레옹을 영웅으로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서 나폴레옹이 어서 군대를 끌고 와서 자기네 나라의 특권층들을 쫓아내고 모든 국민들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어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지.
그 대표적인 사람이 위대한 작곡가인 베토벤이었어. 귀가 들리지 않는 장애를 딛고 '운명교향곡'을 비롯해서 수많은 유명한 음악들을 만들어내 '악성'(음악의 성인이라는 뜻이야)이라고 불렸던 베토벤에 대해서는 내가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그 베토벤은 원래 독일 사람이었는데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에서 활동하던 시절에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었어. 그리고 프랑스에서 왕과 귀족들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다스리는 나라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에 베토벤은 감격하게 되었지. 그래서 베토벤은 프랑스 혁명을 모든 유럽으로 퍼뜨리고 있는 나폴레옹 에게 바치기 위해 나폴레옹의 성을 따서 '보나파르트'라는 제목의 교향곡을 만들기까지 했어.
하지만 나폴레옹이 스스로 의회를 없애버리고 황제가 되었다는 소식은 그렇게 나폴레옹을 좋아하던 많은 사람들을 실망하게 만들었어. 민주주의의 영웅인 줄 알았던 나폴레옹이, 알고 보니 권력욕에 눈이 먼 독재자일 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너무나 화가 난 베토벤은 자신이 만들었던 교향곡 '보나파르트'의 악보에서 제목이 씌어있는 표지를 찢어버렸대. 그리고 대신 '영웅'이라는 제목을 써넣었대. 그 교향곡은 나폴레옹 같은 가짜 영웅에게 바치는 곡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진짜 영웅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곡이 되어버린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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