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 제2본점. 사진=DGB금융지주
DGB대구은행 제2본점. 사진=DGB금융지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용퇴 의사를 밝혔다. 사법 리스크 해소 직후 사의를 표명한 만큼 DGB금융지주가 금융권 모범 승계의 예시가 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태오 회장은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 회장은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고 역동적인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며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김 회장은 취임 이후 모바일 금융앱 'iM뱅크'를 내놨고 하이투자증권, 하이투자파트너스, 뉴지스탁 등을 인수하면서 비은행 계열사 강화와 디지털 전환에도 성공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DGB금융지주 총자산은 100조원 규모까지 커졌다.

DGB금융지주 지배구조내부규범에 따르면 회장 나이는 만 67세까지다. 김 회장은 195년생으로 올해 만 68세다. 규범대로면 연임이 불가하지만 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내부규범을 수정해 연임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특히 김 회장이 캄보디아 상업은행 인가를 받고자 현지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려 했다는 혐의도 제기됐으나 이는 지난 10일 무죄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김 회장은 사법 리스크 해소 직후 용퇴를 결정했다. 김 회장이 그간 내부 인재 육성 체계를 만드는 데 주력한 만큼 DGB금융지주가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도 덩달아 커졌다.

김 회장은 DGB금융이 취업 청탁과 비자금 논란으로 몸살을 앓을 때 회장직에 올랐다. DGB금융지주 회장과 DGB대구은행장을 동시에 역임하게 된 만큼 대구은행장 선임을 위한 'CEO육성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승계에는 외부 자문기관 도움을 받았다. 동시에 '그룹 핵심인재 육성 프로그램 과정'을 도입해 약 8년에 걸쳐 3단계의 프로그램을 이수하게끔 했다. 황병우 대구은행장 역시 해당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DG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가 아직 나오지 않은 점은 후보군 선정을 두고 검증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허인 전 KB금융지주 부회장이 DGB금융 회장 경선 불참 의사를 밝히며 황병우 대구은행장, 임성훈 전 대구은행장,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 등이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힌다.

올해 중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 중인 만큼 내부 출신 인물이 차기 회장으로 이름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부회장직이 없고 전 행장 하마평이 있는 만큼 외부 인물이 회장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지주와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외부 경쟁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의 들러리를 서는 형태로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 상황이다. 그만큼 롱리스트 후보군에도 외부인사가 다수 포함될 것이란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1월 중으로 차기 후보군 롱리스트가 나올 것"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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