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표정의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자, 사진=연합뉴스
굳은 표정의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자, 사진=연합뉴스

태영건설이 내놓은 자구책이 채권단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워크아웃 개시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투자 업계에서는 여전히 부동산PF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11일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1차 채권단 협의회가 열린다. 태영그룹은 금융당국의 요구를 조건부로 수용하면서 TY홀딩스와 SB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추가 자구책을 내놓았다. 산업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채권단들은 추가 자구안에 긍정적인 평가를 냈다. 1차 채권단 협의회에서 채권단 75% 이상 동의가 있으면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금융당국 개입과 태영그룹의 추가 자구안, 채권단의 긍정 평가가 맞물리면서 태영건설 워크아웃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태영건설 채권단은 600여 곳인데, 75% 이상 동의를 받는 것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만 합쳐도 절반이 넘어서다. 채권단 협의 결과는 12일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투자업계 내 부동산PF 경계감은 여전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일 열린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에서 금융권에 취약기업 구조조정 지연으로 시장 불안요인이 되지 않도록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다. 이 원장은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장이 보다 신속히 정리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며 “그 정리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원장의 발언이 추가 구조조정 기업 출현 가능성을 염두해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2의 태영건설이 출현하는 상황은 시장 안정에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있다"며 "부동산PF 익스포져가 큰 건설사의 경우 충실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태영건설 다음으로 자기자본 대비 PF보증액 비율이 높은 곳은 롯데건설과 현대건설이 거론되고 있다. PF보증액 비율은 태영건설이 373.6%로 가장 높았고, 롯데건설이 212.7%, 현대건설(별도)이 121.9%로 나타났다. 단, 롯데건설은 "충분히 유동성을 확보하고 우발채무를 줄이고 이어 문제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현대건설도 현금성자산이 풍부하고 사업성이 높아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중소형 건설사들의 단기사채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기준 PF 전자단기사채 규모는 32조원 수준으로 대부분 만기가 1~2개월 내로 몰려있다. 이 중 대부분은 아직 착공을 하지 않은 PF 건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투자업계의 경계심을 인식한 듯 일부 건설사에 대한 신용·미수거래 차단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은 동부건설·한신공영·HL D&I·신세계건설의 증거금률을 100%로 올렸다. 키움증권도 동부건설과 동신건설의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했고, 미래에셋증권은 아이에스동서의 자체 등급을 C에서 E로 낮춰 적용했다.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도 부동산PF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고 PF 신용공여 잔액을 줄이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태영건설의 채무상환은 최대 4개월간 유예된다. 산업은행은 약 3개월간 태영건설에 대해 실사를 진행한 후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마련하고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6월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만약 워크아웃이 부결되면 태영건설은 법정 관리 절차에 돌입한다. 법정관리로 가면 상거래채권도 권리행사가 제한돼 협력업체로 자금난이 확산되면서 공사중인 사업장이 당초 일정대로 공기를 준수할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워크아웃이라면 회수에 문제가 없을 금융채권이 법정관리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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