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입 2년차를 맞은 IFRS17를 향한 평가는 엇갈린다. 당장 보험업계는 최소 10여년을 준비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더 혼란스럽다는 목소리다.
그사이 금융당국은 지난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보험사를 향한 '실적 뻥튀기' 논란을 의식하며 도입 6개월도 안 된 시점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결국 보험사들은 '자율적 계리가정'이 핵심인 IFRS17 신뢰성을 금융당국이 스스로 해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10여년 준비 기간 말 없다가 가이드라인 제시"
먼저 보험업계에서는 '관리 감독 부재'를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10년 동안 지켜만 보고 있다가 도입 첫해인 지난해 상반기 보험사들의 역대급 실적과 성과급 지급에 제동을 걸며 IFRS17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금융당국이 국민의 건강한 노후를 책임진다는 명분 아래 보험사 재무제표 신뢰성을 끌어올리고자 IFRS17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시장을 향한 의구심만 키웠다는 비판도 나왔다.
IFRS17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보험사가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아직 고객이 청구하지 않은 추정 보험금이다.
과거 회계기준에서는 이를 보험사 부채로 인식해 크게 문제 되지 않았지만 IFRS17에서는 다르다.
사실 이 부분은 도입 이전부터 혼선이 있었지만 금융당국이 지난해 5월에서야 보험사 당기순이익과 CSM(계약서비스마진)의 비교 가능성을 언급하며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이는 '자율성'이라는 IFRS17의 가장 기본적인 뼈대에 금을 그었다. 여기에 더해 할인율과 IBNR(미보고발생손해액) 등에도 보험사를 향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요구가 나와 현장의 반발은 더욱 커졌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의 가장 중요한 점은 자율적 계리가정"이라며 "혼란을 막으려던 IFRS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일련의 문제를 도입 이전 준비 과정에서부터 충분히 검토했으면 혼란을 줄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보험연구원은 계약자 배당 중심의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IFRS17 이전 제도인 IFRS4 기준에서는 당기손익을 기반으로 산출하는 계약자배당제도 등이 있었는데 이를 수정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다.

금감원장은 표준 기구 찾아 "이제 좀 안정 찾았다"
다만 보험사들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뚜렷하다. 이는 '실적 뻥튀기 논란'의 시작이 보험사라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이다.
특히 실적은 회사 주가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이며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숫자이므로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놔두면 오히려 보험업계와 국내 자본시장 전반의 위기가 감돌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관점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도입 이후라도 외과적 수술 방법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더 곪을 수 있는 보험사 실적 뻥튀기 논란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논리다.
실제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IFRS17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면서 IFRS17 표준을 제정하는 국제기구 IASB 바코우 위원장을 직접 만나 소통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9월 IASB를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 IFRS17을 전면 채택했는데 (보험사별로) CSM 가정이 매우 달랐다"며 "비교 가능성과 인과성이 떨어져서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 초기 불가피하게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응"이라며 "이제 좀 안정을 찾았다"고 국내 상황을 전했다.
이에 바코우 위원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기대한 것과 동일하다"고 답했다. 이는 회계 자율성 침해라는 일부 보험사 주장과는 다소 상반되는 견해로 해석됐다.
그러면서 바코우 위원장은 "올해는 도입 첫해라서 시장이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견했다"며 "지금은 경과 기간이다. 1년치 결과를 보고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