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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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회계제도 IFRS17이 지난해 본격 시행한 가운데 일부 보험사를 향한 실적 부풀리기 논란은 여진을 일으켰다. 도입 6개월이 지나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까지 발표하며 진화에 나서는 등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2013년 IFRS17 도입 준비단 출범을 시작으로 10여년에 걸친 일련의 준비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다만 국가 간 통일된 회계기준을 도입해 선진화된 보험시장을 이룩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큰 틀의 밑그림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실적 뻥튀기' 논란 겪으며 초기 경보음


1일 새해가 밝으면서 보험업계는 IFRS17 도입 2년 차를 맞았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상반기 은행권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당장 IFRS17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회계기준 자율성이 확대되면서 자율적 계리가정을 활용해 보험계약마진(CSM) 등을 과다하게 산출하고 이익을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자연스럽게 이런 논란은 IFRS17 앞에서 보험업계의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IFRS는 2001년 설립된 IASB(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제정하는 40여개 이상의 회계기준 중 17번째 보험 계약 회계기준이다.

국내에서 IFRS17 도입은 2013년부터 논의를 시작했고 2021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유예를 거듭한 끝에 2023년 도입됐다.

특히 IFRS17은 도입 당시부터 400페이지가 넘는 회계기준서를 선보여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한쪽에선 결산기마다 시가평가에 적용하는 위험률과 금리 등이 달라진다는 문제점도 제기했다.

특히 보험사는 지급여력을 계산할 때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표준 모형과 자사 내부모형 중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킥스 표준 모형만으로는 리스크를 완벽하게 관리하기 어렵고 약 1000번 이상의 시뮬레이션과 더불어 다양한 사례 분석도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도 국가 간 자본 유출입이 빈번해지면서 국제 기준에 맞는 회계기준을 향한 요구가 증가한다는 이유로 IFRS17은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이라는 철퇴를 가하면서 논란은 더욱 불이 붙었다.

보험사 경영진이나 투자자들이 회사의 재무 건전성과 관련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입 취지였지만 '실적 뻥튀기' 논란까지 더해지며 재무 건전성 신뢰도를 두고 의문부호도 달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예견된 내용이었다는 평가가 계속됐다"며 "10여년의 준비 기간이 무색하게 IFRS17이 현실적으로 정착하려면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고 털어놨다.


유럽 기준 따라 글로벌 진출 '기회'


이처럼 IFRS17 도입이 독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연착륙 과정만 잘 겪으면 오히려 보험시장 전체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분명하다. 우선은 보험 선진국으로 불리는 유럽에서 IFRS17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당장은 한국 보험시장이 유럽과 비교해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도 부족하지만 IFRS17이 안착하면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가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게 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시각이다. '현금주의'가 아니라 '발생주의'에 기반해 부채와 손익을 인식해 보험시장 전반에 강점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 재무제표 투명성이 올라가고 보험사 이익에 대한 이해 가능성이 커지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국내 보험사와 글로벌 보험사 간 직접 비교도 가능해 발전된 국내 보험시장을 바탕으로 세계진출이 더 손쉬워질 것이란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기대 효과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IFRS17 세부 기준이 없었던 만큼 여러 논란을 불러왔다"며 "2년 차를 맞은 올해 IFRS17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 글로벌 진출에 집중하는 국내 보험사에는 오히려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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