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보생명이 금융지주 출범을 위한 인적분할 안건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면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로 목표한 지주사 전환은 여전히 안갯속이라 평가가 대다수다.
올해 초 교보생명은 빠르면 내년 상반기 안에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내걸었는데 분수령으로 꼽힌 최근 정기이사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이 부의되지 않으면서 이런 분석이 나왔다.
결국 과거 갈등을 겪은 교보생명과 재무적투자자(FI) 사이의 이견 조율이 관건으로 떠오르며 양측의 명확한 합의가 우선이라는 해석이 재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열린 교보생명 정기이사회는 지주사 전환 첫 단추로 꼽히는 인적분할 안건을 부의하지 못했다.
앞서 교보생명은 인구구조 변화와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생명보험 업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현 지배구조로는 각종 규제상 그룹 장기전략을 수립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주사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을 크게 두 단계로 내다보고 있다.
먼저 인적분할로 교보생명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과 현금 등을 분할해 금융 지주사를 설립하고 기존 교보생명 주주에게 신주를 교부하는 방법이다. 이 단계에서 주주들의 주식 교환 참여율이 낮을 경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지분율은 자연히 높아진다.
이어 교보생명을 금융지주사 자회사로 편입하는 두 번째 단계에서 지주사는 유상증자로 신주를 발행하고 신주 납입금 대신 교보생명 주식을 현물로 출자받는 과정이 예상된다.
결국 두 단계의 지주사 설립 과정 중 핵심인 인적분할 안건이 정기이사회에서 부의돼야 지주사 전환이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된다. 인적분할 안건 결의 이후 주주총회 특별결의, 금융위원회 금융지주사 인가 승인, 지주사 설립 등기 등의 절차도 있다. 하지만 이번 정기이사회에서는 인적분할 관련 내용이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잠잠하던 교보생명과 FI의 분쟁을 재차 주시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2018년 10월 풋옵션을 이유로 교보생명 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갈등을 겪었고 여전히 양측의 대화 창구는 열려 있지만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꾸준하다.
당시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교보생명은 풋옵션 가격을 두고 시각 차이를 드러내 국제 중재재판까지 갔는데 최근까지도 이견 조율에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특히 어피니티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풋옵션 약속 미이행을 거론하며 그사이 지주사 전환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뒷말도 무성하다.
교보생명 최대주주인 신 회장 지분율은 33.78%이며 친인척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다 합치면 지분율은 36.37%로 절반이 안 된다. 이는 지분율 24%인 2대 주주 어피너티 컨소시엄 동의를 받아야 인적분할이 주총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결국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이 FI의 투자금 회수에도 유리하다는 판단까지 합의돼야 인적분할부터 단계를 밟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방침은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주주들과 여러 측면을 고려해 지속해서 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만만찮은 과정을 겪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배경을 두고 경영 승계를 점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창재 회장이 지주사 전환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룹 지배력을 높인 이후 두 아들에게 지분을 증여해 경영권을 물려줄 것이란 시각이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다른 대기업 오너의 경영승계 방식 중 하나인 계열사를 자회사에 물려준 뒤 지분 매각·합병·주식 스와프 등을 통해 지주 회사 지배력 확보하는 방식이 현재로선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승계자로 거론되는 신 회장 장남 신중하 팀장이 지난해 말 그룹데이터전략팀장으로 임명돼 사실상의 경영 수업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교보생명 지분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