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주세법에서 국내 증류주에 적용할 '기준판매비율'의 결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수입주류와 역차별을 없애겠다는 취지인데, 소주 출고가 인하 효과도 있어 소비자들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소주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기준판매비율심의위원회를 오는 14일 열고 국내 주세법 개정에 적용할 기준판매비율을 심의·결정한다.
기준판매비율은 주류 종류에 따른 평균적인 판매비용 등을 고려해 국세청장이 고시하는 비율이다. 현행에서는 제조장 반출가를 과세표준으로 정하고 있는데 새 주세법이 적용되면 제조장 반출가에서 유통비용과 판매이윤 등을 기준판매비율로 차감한 나머지 금액만 과세표준으로 정한다.
기준판매비율에 대한 논의는 국산 증류주와 수입 증류주의 과세상 차별 문제에서 비롯됐는데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지난 10월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국산 증류주나 위스키의 제조 비용이 2만원이라고 하면 세액이 2만6000원이 나오는데, 수입 주류의 경우 수입 원가가 2만원이라고 하면 세액이 1만8000원 정도 된다"며 "이건 역차별이고 공정 경쟁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활성화하는데 상당히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산 주류와 수입 주류의 과세상 차별은 해소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국세청과 관련 전문가 등의 얘기를 들어가면서 기준판매율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지난 1일 기재부는 '주세법 시행령'과 '주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관계부처 협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연내 입법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4일 기준판매비율이 정해지면 이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바뀐 주세법이 적용될 전망이다.
새 주세법 도입은 수입 증류주와의 차별 해소와는 별개로 대표 '서민 술'인 소주 가격 안정에 대한 기대로도 관심이 크다. 새 주세법이 적용되면 세금이 준 만큼 소주 출고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내년 바뀐 주세법이 적용되면 마트나 편의점 등 유통채널의 소주 가격은 다시 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소주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류 업체들이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주류 출고가를 일제히 올리며 소주 물가상승률이 4.7%로 올랐는데, 이 소주 물가상승률 증가의 원인은 유통채널이 아닌 식당·주점 등의 판매가격 상승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출고가가 내렸다고 식당과 주점 등의 주류 가격 인하를 강제할 수는 없는 데다, 이미 가격을 1000원씩 올린 식당과 주점들이 출고가 인하에 가격을 스스로 내리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판매비율로 소주 가격이 낮아질 것이란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며 "유통채널은 가격이 낮아 지지만 식당 판매가격은 그대로라 소주 물가상승률이 낮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입 주류와의 역차별을 없애는데 유의미한 개정일 뿐 소주 가격을 잡는 수단으로 기대하긴 힘들다"며 "세수를 포기하면서까지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했다는 면피용은 될 수 있어도 실제 물가 안정에는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된 이후에는 소주 가격 인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에 아직 소주 가격을 올리지 않은 롯데칠성음료가 새 주세법 적용 전 가격 인상을 단행하려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관심이 모아진다.
가격 인상에 대한 질문에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주정 등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소주 가격 인상 요인은 충분하고 논의 중인 것은 맞다"며 "계속된 논의일 뿐 새 주세법과는 무관하며, 도입 전인 올해 인상할지 내년에 인상할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