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증권이 2분기 연속 적자로 실적 부진에 빠졌다. 하나금융그룹이 5년 동안 2.7조원을 쏟아부었고, 지주 차원에서도 증권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라 타개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그룹 3분기 실적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올해 3분기 영업손실 569억원, 당기순손실 48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적자 전환했다.
하나증권은 지난 2분기에도 329억원의 영업손실과 48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주요 원인은 충당금이다. IB부문 자산 관련 충당금이 3분기에만 783억원으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1834억원이 쌓였다.
하나증권의 충당금이 실적 발목을 잡자 하나금융 실적발표에서는 추가 손실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정승화 하나증권 부사장은 "PF와 브릿지론은 합해서 1.6조 수준"이라며 "브릿지론 약 5000억원 정도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해 미리 충당금을 쌓았다. 해외 익스포져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이 약 1.3조원인데 상반기 현장 실사를 통해 선제적으로 평가하고 충당금을 쌓았고, 미국과 유럽쪽으로 재실사를 해 평가 손실이 예상되는 부분을 올해 전부 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그룹은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위해 하나증권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나금융그룹은 2018년 1.2조원을 시작으로 2020~2022년까지 각각 5000억원, 총 2.7조원을 투입했다. 이로써 2017년 2조원에 못 미쳤던 하나증권의 자기자본은 올해 상반기 기준 5조8771억원까지 불었다.
하지만 자본 증가 속에서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하락했다. ROE는 자기자본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순이익을 창출했는지 설명하는 지표다. 하나증권 ROE는 별도기준 2021년 11.6%에서 지난해 2.7%로 떨어졌다. 2018년 6.3%보다도 낮은 수치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하나증권의 ROE는 -0.33%까지 꺾였다.
늘어난 자본에 비해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강성묵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강성묵 대표는 2021년 3월 취임 직후 그해 최고 실적을 달성했지만, 이후 수익성 지표는 내리막길이다.
증권가에서 강성묵 대표는 리테일과 자산운용 전문가로 꼽힌다. 최근 하나증권은 하나자산운용 편입을 완료하며 일단은 리테일 강화를 선택한 모습이다. 연내 추진을 계획했던 초대형IB 지정은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진 것으로 판단된다.
강성묵 대표가 세운 하나증권의 이런 전략이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증권사를 둘러싼 전망 자체가 올해까지는 그리 밝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높아진 금리 수준이 당분간 지속돼 실적 개선에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고위험 부동산 익스포져를 빠르게 확대한 증권사를 중심으로 대손비용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