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부동산에 이어 해외 부동산도 증권사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금융사의 홍콩 오피스 빌딩 투자 금액 손실이 가시화되면서 증권사 자산건전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은 황선우 금융투자 부원장보 주재로 10개 증권사의 리스크관리 총괄, 기업금융(IB) 담당 임원과 리스크 점검을 위한 간담회를 했다.
이날 황 부원장보는 "증권사 PF대출 연체율은 금융권 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최근 해외 부동산 관련 투자 손실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자산건전성을 추정손실로 분류한 부실채권은 조속히 상각하고 부실 우려 PF대출은 외부 매각이나 재구조화 등을 통해 신속히 정리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리스크 관리가 취약한 증권사를 대상으로 별도 관리 방안을 제출하게 하고 CEO 개별 면담을 시행하는 등 부동산PF 리스크에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금감원의 이런 움직임은 미래에셋증권의 홍콩 오피스 빌딩 투자 문제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계열사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19년 6월 홍콩 골던 파이낸셜 글로벌센터 빌딩 대출을 위한 펀드를 조성했다.
이후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총 2800억원 대출을 시행했으나 보증을 선 홍콩 억만장자가 파산하면서 중순위로 대출 등에서 투자금 환수가 어려워졌다.
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은 760억원 규모의 손실을 보게 됐다. 우리은행은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펀드를 판매했으며 고객에게 관련 손실을 일부 보전해주기로 했다.
결국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8일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어 해당 대출을 위한 펀드 자산을 90% 수준 상각을 결정했다. 펀드를 판매한 시몬느자산운용도 90% 규모 상각을 진행한다.
이지스자산운용도 독일 프랑크푸르트 트리아논 빌딩 매각을 검토 중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를 조성해 투자를 진행했다. 해당 건물의 주요 임차인 독일 은행 '데카방크'로 오는 2024년 계약 만료 후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지스자산운용은 타 임차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용 빌딩의 공실률 확대는 국제적인 문제다. CBRE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3월 기준 전 세계 오피스 공실률은 12.9%다. LA, 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 공실률은 20%를 넘어섰다.
국내 신용평가사도 증권업 전망이 비우호적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증권업 하반기 등급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금리와 증시 변동성이 커졌고 부동산경기는 둔화하는 등 불안 요인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나신평은 보고서에서 "고위험 PF사업장과 해외 투자 건을 중심으로 늘어난 부실자산과 대손비용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며 "초대형사는 해외 익스포저, 중대형사의 경우 브릿지론, 후순위 등 고위험 부동산PF 익스포저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자산건전성 저하 여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신평은 미래에셋, 메리츠, 하나, 대신증권 등 자기자본 대비 위험자본 비중이 높은 증권사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펀드 순자산액 규모는 77조6318억원으로 2019년 55조5435억원 대비 39% 이상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