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셋값 하락으로 밤잠 설치는 임대인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집주인들의 고민은 계속 될 전망이다.
12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KB부동산 월간시계열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지난해 수도권에서 6.5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격지수가 4.91% 내린 것과 비교하면 꽤 높은 수준이다.
지역별는 경기가 6.96%로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인천과 서울은 각각 6.80%, 5.74% 떨어졌다.
매매가와 전셋값 동시 하락은 드문 현상이다. 통상 집을 구입하지 않는 사람들이 전세에 남게 되면 전셋집이 부족해져 전셋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을 꼽는다.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전세보다 부담이 덜한 월세로 수요가 몰려 전세값이 하락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5%로 출발했던 기준금리는 11월에 3.25%를 기록했다. 전세자금대출도 작년 1분기경 3.45~4.78% 수준에서 4분기에는 5.93~7.51%까지 치솟았다.
입주물량이 늘면서 올해도 전세가는 하락할 전망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입주물량은 18만2521가구다. 지난해(17만4203가구) 대비 4.8% 증가했다(아파트기준, 임대포함). 18만가구가 넘은 것은 2020년(18.8만가구) 이후 3년만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2만5700가구 ▲경기 11만1579가구 ▲인천 4만5242가구 등이다. 인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4만가구 이상 입주가 몰려있다.
올해 입주물량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서울에서는 강남구(547), 은평구(1386), 서초구(943), 동대문구(407) 등이 2000가구 이상 입주한다.
경기도 1만가구 이상 입주가 이뤄지는 곳은 양주시(1만1714가구), 화성시(1만1528가구), 수원시(1만504)가구 등이다. 용인시, 평택시, 성남시 등은 6000가구 이상 입주할 예정이다.
인천은 올해 큰 입주장이 선다. 2년 연속 4만가구 이상 입주가 몰리면서 전세시장이 약세다. 서구가 1만7467가구로 가장 많고 부평구(9246가구), 미추홀구(8616가구), 연수구(5905가구) 등의 순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은 이들 선호지역 중심의 입주가 많아 전세시장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반면 서구와 부평구, 미추홀구 등을 중심으로 입주가 몰린 인천은 금리 등 외부 요인이 급변하지 않을 경우 올 한해는 추가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곳에 따라서는 지난해 보다 하락폭이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입주 현장은 강남구 개포동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 대치동 대치 푸르지오 써밋 등이, 은평구는 수색증산뉴타운 내 3개 단지, 서초구는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등이 중심이다.
경기도에서는 1만가구 이상 입주하는 양주, 화성, 수원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양주시는 옥정신도시, 양주회천신도시를 중심으로 민간·공공 물량이 대거 몰려 있다.
올해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세대출 등 서민들과 직접 연관된 금융상품의 경우 금리가 크게 오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출금리 인상과 관련해 좋지 않은 여론으로 정부가 전세자금대출 지원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일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수차례 인상됐던 금리는 올해 인상 횟수, 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세대출 금리도 시간이 갈수록 점차 안정화 돼 전세 수요도 조금씩 증가할 것”이라며 “다만 여전히 갱신이 이뤄지는 전세계약들로 전셋값은 당분간 하락이 예상되며 이르면 하반기, 늦으면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내년 상반기에는 전세하락이 줄고 상승 전환하는 곳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