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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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표준 구간별로 법인세율을 각 1%포인트씩 하향 조정한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업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년에도 글로벌 경제 한파 예고로 기업들이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간 만큼 인하율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23일 내년도 예산안에서 협상 최대 쟁점이던 법인세를 현행 과세표준 4개 구간별로 각 1%p(포인트)씩 세율을 인하한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이에 따라 영리법인 기준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에서 24%로 낮아지고 △200억 초과~3000억 이하는 22%에서 21%로 △2억 초과~200억 이하는 20%에서 19%로 △2억원 이하는 10%에서 9%로 각각 인하된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3000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25%에서 3%포인트 인하할 것을 요구하며 1%포인트 인하라는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안에 반대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처리기일(12월2일)을 한참 넘기자 인하 폭을 줄이는 대신  중견·중소기업도 혜택받을 수 있도록 혜택 구간을 넓히는 방향으로 여야는 합의했다. 

경제인단체들은 일단 환영의 입장을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극심한 경기침체와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기업들의 경영애로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법인세제 개편으로 기업들이 당면한 경영위기를 극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날 강석구 조사본부장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의 부담 완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기업들은 내년에도 경제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성과급을 줄이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DX(디지털경험)부문은 지난 7일 사내인트라넷을 통해 해외출장 비용과 사무용품을 비롯한 소모품 구매를 50% 이상 줄인다고 공지했다. 하반기 실적 악화로 연말에 지급하는 성과급도 대폭 줄었다. 매월 연말 월 기본급의 100%의 성과급을 받아온 DS(반도체) 부문에 역대 최저 수준인 50%의 성과급을 책정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1.4% 줄어든 10조852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에 대해서도 에프엔가이드는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를 전년동기 대비(13조8667억원) 40% 가량 낮은 8조2577억원으로 집계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불황에 따른 실적감소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도 우울하긴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는 사내 인트라넷 공지를 통해 임원·팀장(리더) 관련 예산을 축소해 전사 비용 효율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임원은 예산의 50%, 팀장은 예산의 30%를 삭감한다. 다만 임원·리더의 비용 절감 외에 임직원 예산 감축 등의 내용은 없다고 덧붙였다.

내년도 투자 규모도 50% 이상 축소한다. 지난 6월 29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청주공장 증설 안건도 보류하기로 했다. 반도체 감산 계획도 공식화해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이며 업황 회복에 따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097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현대자동차는 내년 투자 규모를 9조2000억원에서 8조9000억원으로 줄였으며, 포스코그룹은 지난 7월부터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선언하고 사업별 리스크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법인세 인하로 기업들의 비용부담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경제인단체들은 인하율에 있어서는 아쉽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인하 폭이 당초 기대했던 것만큼 충분하지 못해 국내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와 해외자본의 국내유치를 촉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최고세율이 글로불 수준보다 높아 미래투자를 위한 여력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글로벌 기업 주타 유치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개정안 국회 통과전 법인세 최고세율(25.0%)은 OECD 회원 38개국 중 11위에 달했으며, 이번에 인하된 24%도 OECD 평균치(23.2%·지방세 포함)는 물론 대만(20.0%), 홍콩(16.5%), 싱가포르(17.0%) 등 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다. OECD 가운데 법인세 과표구간이 4단계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과거 외환위기 정도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라며 “투자 감소는 결국 국가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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