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글로벌 인맥이 취임 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중동과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 국가 총수들과 잇따라 만나면서 활발한 글로벌 외교 행보와 대규모 사업 물골을 트고 있어서다.

이재용 회장, 베트남·UAE 정계 네트워크 ‘탄탄’ 

6일 재계에 따르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은 전날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과 베트남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방한한 푹 주석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국내 주요 기업들과 사업 및 투자 협력 논의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주요 그룹 총수들이 함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아부다비 해외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여서 푹 주석을 만날 수 없다. 하지만 둘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푹 주석이 베트남 총리를 지내던 시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반도체 공장 투자를 세 차례 요청해 이 회장과 2018년~2020년 3년 연속으로 회동했고, 2020년 10월엔 이 회장이 베트남 연구개발(R&D) 센터 공사 현장을 살피고 푹 총리를 단독으로 면담해 베트남 투자 확대도 밝혔다. 삼성전자가 2020년 3월부터 하노이 떠이호 신도시 부근에 2억2000만달러를 투자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한 R&D(연구개발) 센터 완공식에 이 회장이 참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푹 주석이 한국에 도착하기 전날 이재용 회장이 출장길에 오른 곳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다. 회장 위임 후 첫 중동 방문이다. 면담자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당시 왕세자 신분인 무함마드 대통령을 만났을 뿐 아니라 둘 사이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서다.

이 회장과 무함마드 대통령은 지난 2019년 2월 아부다비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교차 방문했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 회장은 당시 왕세제 신분이었던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삼성전자의 5G와 반도체 기술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무함마드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이 회장과 만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 회장은 귀국 당시 “전 세계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와서 전 세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각 나라 산업들에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장은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고(故) 셰이크 할리파 빈 자예드 알 나하얀 전 UAE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고 할리파 전 대통령은 무함마드 현 대통령의 형이다.

'670조'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 '가교 역할'

이 회장은 지난달 중순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도 가장 주도적 위치에서 빈 살만을 맞이했다. 롯데호텔에서 최태원 SK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 재계 총수 8명과 빈 살만 왕세자와의 차담회에서 이 회장은 빈 살만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양측의 대화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670조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권과 관련해 이 회장이 가교역할을 한 것이다.

이 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2019년 6월 방한 당시 그를 삼성 승지원으로 초청해 그룹 총수들과 함께 만나기도 했으며 다른 총수들이 떠나고 단독면담도 가졌다. 빈 살만이 이번 방한 후 예정됐던 일본행을 특별한 사유 없이 취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외에도 이 회장은 올해 여름 네덜란드를 직접 방문해 반도체 장비 확보 건을 협의하는 등 다양한 글로벌 행보를 보였다. 오는 9일에는 겔싱어 인텔 CEO도 만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라는 거대 글로벌 기업과 인연을 챙기는 이재용 회장의 성격이 잘 맞물란 결과”라며 “회장 취임 이후 이 회장의 행보는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